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역시 이재익이란 작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나오는 책마다 완전히 다른 소재이면서도 그의 따뜻한 마음은 여전히 전해져 온다.

이 책을 읽기전 그를 만나 물었었다.

"대한민국 독자가 사랑하는 대작가들은 가난과 비극의 역사를 체험하고 농익은 작품들을

많이 써왔습니다. 이재익씨는 압구정키드로서 이런 경험이 부족할텐데 혹시 화려한 말의 나열같은

그런 작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운데요. 이런 선인견을 불식시키고 밀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요?"

"독자에게 가장 많이 받은 질문입니다. 더구나 전업작가도 아니고 라디오PD라는 직업이 있는 사람이

언제 소설을 쓰고 준비하는지..하는것도 궁금하신 것 같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직접 몸으로 보고 느끼고

한 체험이 많으면 좋겠지만 저는 열살까지 울진에서 자라면서 감성은 그때 다 완성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주변을 많이 들여다 보는 편입니다. 틈나면 책도 읽고 특히 다큐멘터리 같은 영화를 많이봅니다.

퇴근후에는 일반적인 직장인이 하는 놀이는 거의 하지 않구요. 글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사실 이 질문은 할 필요가 없었다. 그의 작품에 이미 대답이 다 나와 있기 때문이다.

카시오페아공주에서는 누구나 한번쯤은 꿈꿀법한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압구정소년에서는

소년 시절의 자신의 모습을 그려넣었다면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은 그가 다녔던 모교의

야구부에 관한 이야기이다

서울대에 야구부가 있다는 사실도 의외이지만 누구든 지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경우는 없는데 1승

1무 265패라는 기가 막히는 전적을 자랑(?)하면서도 여전히 꿋꿋하게 버티고 있는 야구팀이라니.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기네스북에 대학야구 최고 패배팀으로 등재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니들은 서울대학생이다. 싫든 좋든 다른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다. 니들 대부분은 다른 사람을

이끄는 리더가 될 거다. 그런 니들에게 제일 필요한 건 바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다.

니들보다 덜 똑똑하고 덜 가진 사람에 대한 이해와 여유. 머리로만 알면 안되고 가슴속에 그 마음을

품어야 하는 기다. 니들은 정말 죽도록 이기고 싶었겠지만 나는 반대였다. 나는 니들에게 지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224p

 

세상의 리더들에게 이기는 법보다 지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는 이 감독, 정말 멋지지 않은가.

유도선수는 기술을 배우기 전에 낙법을 먼저 배운다고 하더니 아무리 머리 좋고 운좋은 사람이라도

실패없는 삶은 거의 없다. 이럴 때 오히려 더 많은 절망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아는 나로서는 왜 세상은 실패하는 법, 내지는 실패했지만 잘 일어서는 법같은 것 보다 이기자,

리더가 되자와 같은 가르침만 있는 것인지 늘 불만이었다.

 

’야구는 교체선수가 있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혼자다. 안타를 맞든 홈런을 맞든 야유를 받든,

끝까지 혼자 견뎌내야 한다. 심지어 주저 앉더라도 경기는 계속된다. 인생이라는 경기에는

불펜이 없다.’ -67p

 

과연 이 사람이 압구정키드로 자라기만 한 깍쟁이 서울남자만은 아니라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누군가는 말했다. 야구에는 인생이 모두 들어있다고. 하지만  야구에서는 있는 교체선수도,

주저앉아 울 불펜조차 우리 인생에는 없다는 걸...서른 중반의 남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머리좋은 서울대 야구부원들은 이 소설에서처럼 어디에선가 리더가 되기도 하였을 것이고

의도치 않게 실패를 맛본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감독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마운드에 걸어나와 안타도 치고 홈런도 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스코어에서는 졌지만 늘 승리하고 있는 모교의 야구부원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압구정키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고독과 번민이 있는

우리들의 인생가 크게 다르지 않음을 변호한 것처럼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 서울대를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265패를 자랑(?)하는 야구부원과 같은 루저도 있음을..

 

하지만 그들은 따뜻한 인간미와 사랑과 실패를 모두 경험하는 우리와 다름없기에 여전히 꼿꼿이

절망하지 않고 일어서는 그들이 진정한 승리자임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여 수많은 실패와 절망으로 상처받는 우리들에게 자신의 소망이던 롯데의 선수가 되어 비록

2군이지만 ’거인’으로 화려한 은퇴식을 갖는 ’장태성’이 바로 진정한 승리자임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늘 선수보다 관객이 더 적었던 2군들의 경기에 그날만큼은 관중으로 가득 들어찬 사직구장에서

열린 그 은퇴식에 ’나’역시 눈물흘리며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장태성 멋지다. 너는 승리자다!’

그리고 이재익작가, 당신도 승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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