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 이외수의 감성산책
이외수 지음, 박경진 그림 / 해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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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물을 마시기 전에 자신의 흉한 모습을 볼 수 없도록 발로 물을 휘젓는다고 한다.'-42p

 

동물인 코끼리 조차 자신을 들여다 보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안다는데 하물며 인간은 어떠한가.

나이가 들어갈 수록 거울을 보고 사진을 보는 일들이 싫기만 하다. 그 곳에는 주름지고 까칠한

낯선 사람이 서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습이 자신임을 인정하기가 싫기 때문이다.

지나온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얼굴을 보는 일이 이렇듯 쉽지 않은데 만약 마음을 들여다

보는 거울이 있다면 인간들은 모두 우울증에 걸려 미치거나 수명이 짧아지는 현상이 생길 것이다.

그만큼 자신을 제대로 본다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그리고 인정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강원도 산골의 감성마을은 이외수작가가 있어 유명해진 곳이다. 더구나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임에도

도시보다 더 북적거리는 이유는 겉모습은 영락없는 산신령의 행색이나 첨단의 선두를 달리는 작가의

소통방법때문일 것이다. 트위터에 열심인 것은 물론 예전보다 더 많이 언론매체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꼭 마음에 드는 집을 지어준 화천을 더 많이 알리고 싶어서 였다는데...바로 얼마전에는 구제역으로

'산천어축제'가 취소되자 어마어마한 손해를 보게된 마을 사람들을 위해 감자떡 홍보에도 동참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렇듯 산 속에 있으되 끊임없이 세상과 소통하고 나누는 그의 에너지를 보면

없던 기운이 솟고 가끔씩 도사님 말씀처럼 훈계가 내려오면 도무지 오금을 펼 수가 없다.

 



 

'하악하악'이나 '아불류시불류'에 이은 따끔훈계 연작의 제목은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이다.

아니...코끼리에게 날개를 달아주다니..코끼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

거구의 몸으로 엄청난 풀을 먹어야 하는 코끼리는 죽을 때가 되면 자신들의 무덤으로 향한다는

말이 있다. 마치 자신의 죽을 때와 죽을 곳을 안다는 듯이...그 정도로 영(靈)이 뛰어난 동물이어서

그럴까. 물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싫어 발로 물을 휘젓는다니...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보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은 인간보다는 상당히 양심적인 동물이 바로 코끼리인 모양이다.

그래서 작가는 코끼리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었을까. 평생 땅위에서 천적이 거의 없을 만큼 커다란

몸뚱이가 무기였지만 정작 조그만 쥐가 그야말로 쥐약이라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코끼리에게 날개를 달아주면 하늘로 날아올라 무엇을 볼 수 있을까.

 



 

나도 가끔 하늘을 날아 오르는 꿈을 꾼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내려다 보기도 하고

가고 싶었던 나라를 향해 날아가는 꿈을 꾸노라면 꿈속이지만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날개'라는 것은 승천을 위한 필수의 품목이다. 거대한 몸집을 들어 올릴 날개라면 엄청난

크기여야 할 것이다. 이런 날개를 달아주기 위해 작가가 내린 처방전이라고나 할까.

 

'죄 중에서 가장 큰 죄는 자기밖에 모르는 죄'    -89p

 

자신이라도 제대로 알면 그나마 다행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을 잘못 알고 있다는게 문제이다.

그래서 작가의 처방전을 읽고나면 문득 내가 너무 작아지는 느낌이다. 아니 부풀려진 허세와

만용이 빠져나간 영혼이 갑자기 헐거워진 느낌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것들을 걷어낸 홀가분함이

뒤이어 찾아온다. 그래서 갑자기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고 했던 박경리작가의

작품 제목이 그렇게 다가올 수가 없다.

 



 

때로는 따끔하게 때로는 자상하게 들려주는 작가의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건 아직 희망이 있다는 뜻일 것이므로...'촌철살인'의 위트와

교훈을 전수 받고 나면 한참동안은 잘 걷어내고 말개진 마음으로 거친 세상을 다시 한번

살아갈 준비가 된 것만 같다. 구정물 가득한 세상에 다시 한번 발을 담글 준비가..

언젠가 나도 이 육중한 몸에 날개를 달고 마침내 하늘의 별이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맑은 빛을 내는 별이 되기 위해 나는 작가의 책으로 자꾸 연마되는 기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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