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2월
평점 :
판매중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성작가를 꼽으라면 단연코 공지영을 꼽는다. 초기의 작품에서는

그다지 감동이 있었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녀가 예사롭지 않은 결혼생활을 끝내고

이데올로기 보다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상처까지도 드러낼 수 있는

여유가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 그 때부터 난 그녀의 이야기가 좋아졌다.

 

좋은 학벌에 좋은 인물에..도무지 그녀가 불행해질 이유를 들자면 흔히 '팔자'라거니

'성질'이 더러워서라느니...더구나 요즘은 진보의 선두에 서서 욕을 바가지로 먹고 있는

그녀의 행보를 보자면 참 답답한 구석이 없지도 않다.

조만간 쉰이 되는 그녀의 용기인지..만용인지를 지켜보는 팬은 가슴이 조마조마할 뿐이다.

 



 

결국 이 책을 낸 그녀와 첫 만남을 가졌었다. 물론 개인적인 만남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예뻤고 당당했고 조금 삐딱한 시선으로 보고 싶었던 사람이라면 여전히 당돌하게 보이기도

했을 것이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녀석때문에 고민입니다. 아빠없이 혼자 키우는 아들녀석의 사춘기가

어떠했는지요?"

"다시는 기억하고 싶은 얘기가 아니라서...정말 너무 힘들어서 애한테 그랬어요. 그냥 중학교만

졸업하고 취직을 해라..내가 아는 사람이 많으니 일자리를 구해주겠다. 그랬더니 픽 웃으면서

'엄마 농담도 잘하네' 그래요."

 

힘든 일이 얼마나 많았을까. 유별났던 결혼과 이혼 성이 다른 아이 셋을 키우면서 온갖 시선을

견뎌야 했을 것이고 밥을 벌기 위해 밤을 세워 글을 써야 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지치고 힘들었을 때 달려간다는 지리산!

그곳에는 참 유별나서 유별난 그녀가 섞여도 전혀 유별날 것도 없는 그런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행복학교'가 있단다. 처음 이 글이 신문에 연재되고 가뜩이나 여자등쌀에 몸살을 앓던 '버들치시인'은

지금 더 많이 여자들에게 둘러쌓여 있으며 알아보는 이들이 많아져 시집도 내었단다.

정말 평생 네번도 아니고 네번 반만 여자를 안았을까...아 오늘 밤 궁금해서 잠자긴는 다 틀렸다.

남의 남자 잠자리 횟수가 뭐 그리 궁금할 일이라고............그러나 궁금하다.

 

고알피엠 여사의 이름도 예사롭지 않지만 전장에서 후퇴한 패잔병을 구원해준 용기에는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다. 그러게....정말 시인들은 사랑을 해야 글이 잘 써지는 모양이다. 물론 그 순간

그의 연인은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이 될테고...근데 그게 언제까지 유효하지 않은게 문제지만.

 



 

지금은 주차장관리인 자리에서도 떨려났다는 최도사도 걱정스럽고 늙어가는 개 '지화자'가 또 뜨거운

밤을 보내고...뜨거운 낮일수도 있겠지만...또 헐떡거리며 새끼를 낳아야 하는 천형을 겪을지도 걱정이고.

아니..정작 밥이 끓던 죽이 끓던 만사태평인 그들은 행복에 겨워 학교까지 세웠다는데...보는 나는

왜 이리 걱정이란 말인가. 도시가 싫고 속박이 싫고 편견이 싫어 지리산으로 숨어 들었다는 그들이

과연 몰려드는 사람들에 휩싸여 초심처럼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말이다.

 

하지만 이건 얄팍한 속임수에 불과하다. 난 어느새 언제 짐을 꾸려 슬그머니 묻어 갈까.

궁리부터 하고 있지 않은가. 설마 나 하나 더 얹혀져 들어간대도 뭐 워낙 품이 넓은 지리산이니 내 몸과

영혼에 덕지덕지 붙은 온갖 오욕과 불행의 찌거기들을 조금 풀어 놓는다 해도 괜찮지 않을까?

 

 

우선 '버들치시인'집에 전화를 걸어 그의 구수한 자동응답기 녹음부터 들어봐야 겠다.

"덥기는 덥지요? 고추밭에 빨갛게 익은 고추를 안 따고 놔두었더니 그만 뚝뚝 떨어져버렸네요.

집에 있는 꼬추들은 잘 간직하고 있겠지요. 이 더위에 꼬추가 축축 늘어져 떨어지지 않도록

잘 붙들어 매주시기 바랍니다. 전 지금 개울가에 있습니다. 뭐하냐구요? 빨래하지요. 안녕!"

푸하하..이제 꽃피는 봄이 왔으니 어떤 멘트가 녹음되어 있을지 너무 궁금하다.

그리고 꽁지작가! 솜씨 좋은 사람이 얼굴까지 예쁘면 성질이 좀 더러워지지 마련이긴 한데

그대 말처럼 계산 정확하고 남에게 신세 안지고 그리고 속이지 않는 것도 다 맞는데..

솜씨는 좋지 않고..얼굴도 별로이긴 한데 성질도 좀 더러운 사람이야...근데 그 사람도 계산

정확하고 남에게 신세 안지고..속이지 않고..가면 친구좀 해주실라나...누구냐고? 나지 누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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