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바타 야스나리 상 수상 작품집
아오야마 고지 외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일본의 대표 작가이다. '이즈의 무희''설국''금수'와 같은

명작을 탄생시킨 그의 이름으로 시상되는 순수문학상을 받은 작품들의 모음집이다.

 

여류작가인 이나바 마유미의 청각(靑角)은 도쿄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여자가 여행중에 발견한

시마반도의 바닷가 마을에 집을 짓고 정착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가끔 멧돼지가 출몰하고 마을 사람들과 만날일이 없을 정도로 한가롭기만 마을에서 고양이와

생활하던 여자가 실종된 할머니의 그림자를 보면서 허공에 떠버린 시간들을 매듭짓기 위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빛을 보러가기로 결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정확히 그녀가 매듭지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김장철에 가끔 봐왔던

청각이란 해초가 문득 그녀에게 어떤 영감을 주었던 모양이다.

누구든 생각지도 못했던 계기로 자신을 돌아보고 잊었던 기억을 찾기도 하고 새로운 일에대한

결심을 하게도 만든다. 나는 어떤 계기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빛을 찾을 수 있을지..

 

호리에 도시유키의 스탠스 도트는 작가의 나이로 봤을 때 상당히 윗세대의 느낌을 잘 전달하고

있어서 놀라웠다. 외지인들도 거의 오지 않을 시골의 한적한 마을에 이제는 더 이상 볼링을

치러 오는 사람도 없는 볼링장에서의 마지막 영업일의 모습은 주인공의 약해진 청력만큼이나

쓸쓸한 느낌이다. 너무나 사랑했던 아내도 세상을 떠나고 한때는 예약을 해야 할만큼 북적거리던

영업장을 폐쇄해야 하는 늙은 주인의은 볼링핀의 독특한 파열음을 사랑했지만 이제는 그 것조차

잘 들리지 않는 귀때문에 자신의 삶도 같이 저버리는 것 같은 안타까움이 잘 그려져 있다.

누구든지 기어이 다가오는 저무는 시간들을 볼링장의 마지막 영업일에 맞추어 담담히 잘 그려져 있다.

 

아오야마 고지의 '슬픈 나의 연인'또한 황혼녘의 쓸쓸함과 한때는 열렬했지만 이제는 더이상

타오르지 못하는 슬픈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다. 목숨과도 바꿀 수 있을 것 같았던 사랑과 결혼,

그리고 수십년을 같이 살아온 아내의 치매를 지켜보면서 늙은 작가는 지나간 시간들을 추억하고

조용히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본다. 기저귀를 차야 할 만큼 심해지는 아내의 병을 귀찮아 하지 않고

보살펴주는 늙은 남편의 모습은 눈물겹고 감동스럽다. 누구든 이런 노후를 맞기는 싫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맞게되는 병과 죽음! 삶은 쓸쓸하다. 하지만 어느 시간을 살든 치열하게 그리고

후회없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했던 노을의 빚깔을 닮은 아름다운 작품이다.

 

일본의 순수문학상을 대표하는 작품답게 하나같이 작품이 뛰어나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우연히 일본의 대지진의 재앙이 있었다. 첫번째 작품의 무대였던 시마반도는

안녕할까? 대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인간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또한번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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