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이영수(듀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자 이제부터 우리는 미래의 어느 행성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지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행성과 무량1호, 혹은 어떤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행성들이

우주에 흩어져 있는 그 어느때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단지 과거에 이런 일이 일어났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음으로..미래의 어느 시간쯤으로

설정하도록 하자. 지구에 외계인들이 쳐들어왔다. 물론 식민지를 만들고 싶어서 왔을 것이다.

지구에 있는 수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충원시켜줄 인간들이 필요했다.  지구는 우주의 수많은

행성들을 식민지를 만들기 위한 말하자면 외계인의 본부인 셈이다.

몽땅 부수고 죽이기 보다는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재생산하면서 지구를 보존하기로 결정한

모양인지 오랜 시간이 지나 로봇과 시원찮은 인간들이 나타나는 시기가 있긴 했지만 그럭저럭

굴러가기는 했다. 물론 그 인간을 지배하는 건 시스템이라고 불리는 지도자이지만.

아주 오래전에 '빅 브라더'라고 불리는 지도자가 잠깐 지구를 조종하던 시기도 있긴 했었다.

암튼 인간을 뛰어넘는 로봇과 자신의 의지를 잃은 인간들이 그럭저럭 얼키고 설켜 살아가고 있는

지구를 떠나 외계로 떠난 지구인들도 있다.

이리저리 우주를 방황하다 텔레토비 동산처럼 아름답고 골프장을 닮은 풀밭과 초록색 털이

복슬복슬한 동그랗고 살찐 모양이 마치 브로콜리와 닮은 초식동물이 느리게 살아가는 행성에

도착한 남자들과 아이들도 있다.

외계인의 침입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북한에서 탈출해온 남자와 군대 가기 싫어 지구에서

도망친 남한 남자는 서로가 왜 적인지도 모른 채 총을 겨누다가 결국 그 '브로콜리 평원'에서

최후를 맞는다. 살아남은 아이들은 링커 바이러스의 간섭으로 변형된 유전자로 태어난 아이를

낳고 또 낳아서 좀 더 수명은 짧아지고 이성과 언어를 잃은 후손들이 되어 행성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가끔은 태평양에 떠있는 조그마한 섬을 소유할 수도 있었던 것 처럼 우주에 떠있는 자그만

행성하나를 차지한 늙은 교수도 있다.

잘 만들어진 기성품 시스템을 마다하고 스스로 시스템을 만든 덕분에 나무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아주 오래전에 지구에서 조선이라고 불려지던 어느 나라에 이생이란 선비가 과거를 보러 가다가

인간의 탈을 쓴 여우족에게 죽임을 당하고 여우의 육신을 감싸는 인간의 탈이 되었다는 옛이야기를

기억하는 인간은 더 이상 지구상에 남아있지 않다.

 

DJUNA(듀나)라는 필명으로 SF소설이나 영화평론을 쓴다는 이 작가는 미래지향적이고 환상지향적인

인물인 모양이다. 지금 일본은 지진으로 공포의 도가니가 되었다고 난리이고 지구의 에너지의 보고인

중동 어디에선가는 더 이상 자유를 구속하지 말라는 사람들이 총을 들고 전쟁을 치루고 있다.

하긴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그동안 영화나 소설에서만 보았던 지구종말이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브로콜리 평원이 있는 어느 행성에 도착하여 최후를 맞거나 유전자가 변형된 후손을 남길 바에는

차라리 지구가 제 몫을 못하는 마지막 날에 같이 최후를 맞고 싶다.

다소 엉뚱하고 엽기적인 이 책이 문득 공포스러워 지는 것은 정말 미래의 어느 날, 듀나가 상상으로

썼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이 책이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처럼 '예언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갑자기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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