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세트 - 전2권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영원한 고전 '그리스 로마신화'는 말 그대로 신화와 역사가 버무려진 명작이다.

아마 이 책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출간되지 않았을까 싶다.

조금 어려운 동화같기도 하고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문명과 사상이 움트고 발전되어온 과정이

아주 재미있게 그려진 이 그리스로마 신화는 그리스도보다 반세기 뒤어 태어난 그리스의 역사가이며

작가인 플루타르코스가 중국의 사마천이 쓴 사기보다 한세기전에 씌여진 책이다.

 



 

나폴레옹과 베에토벤은 성서보다 아름답다고 했고 에라스무스는 성서에 버금가는 신성한 책이라고도

했으며 에머슨은 세계의 모든 도서관에 불이 날 경우 목숨을 걸고 들어가 꺼내고 싶은 책이라고 했을만큼

많은 영웅들이 극찬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이 이렇게 주목받는 이유는 인류의 문명이 시작된 이래 유럽중심의 문화가 인류를 선도하기 시작했고

그 계기와 흐름을 따라가는데 너무나 생생한 기록이기 때문일 것이다.

단지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너무 어려워서 잘 입력이 안된다는 점이 어렵긴 하지만

익히 알고 있는 정복자 알렉산드로스나 소크라테스나 피타고라스와 같은 인물외에도

그런 인물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던 신화속의 인물들까지 세세하게 소개되어 있다는 점은 참 대단한 일이다.

과연 어디까지가 신화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경계가 분명치 않지만 어느 인물이건 소홀히 할 수가 없다.

 

사랑을 위해 아비를 배신한 타포스의 공주 코아이토와 메데이아, 스퀼라를 보면 역시 사랑은 핏줄을

뛰어넘을 만큼 대단한 가치가 있는 모양이다. 그로 인해 아비가 죽고 제나라가 거덜이 나더라도 말이다.

 

초기 신화를 보면 신과 인간의 결합으로 태어난 반신반인의 인물들과 짐승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수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신들의 왕인 제우스는 참으로 열정이 대단했던 모양인지 여러곳에서

자식을 얻는다. 그중에는 저승의 왕 하네스의 아내인 페르세포네도 있으며 결국 영웅 테세우스가

죽음을 맞는 계기가 되는 인물이 된다. 물론 주신(酒神)디오뉘소스 역시 제우스의 아들이다.

디오뉘소스는 그의 어머니의 죽음으로 제우스의 허벅지속에서 나머지 달을 채워 나왔다는 전설을

가진 인물로 힌두스의 땅에서 포도주를 만드는 비법을 배워 전세계에 술과 황음난교를 전파하고

결국 자신도 술과 타락으로 죽음을 맞는 비운을 맞는다.

 



 

최초의 민주주의의 씨앗이었던 스파르타의 뤼쿠르고스의 대법전을 보면 참으로 황당한

법령이 있긴 하지만 고대에서 최초로 평등과 시민의식에 대한 열망이 싹튼 것만으로도

인류에게 참으로 대단한 영향을 준 국가일 것이다.

빈부의 차이를 없애고 똑같은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많은 말을 삼가게 했던 지도자 뤼쿠르고스를

보면 지금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얼마나 한심한 인물들인지를 또한번 느끼게 된다.

여자들도 알몸으로 겨루기에 참가했다거나 약탈에 가까운 결혼풍습, 동성애가 허물이 되지 않았다는

기록은 당시 스라르타의 경직된 사회성에 비해 좀 의외스럽긴 하다.

 

영웅 알렉산드로스가 존경했다는 견유철학자 디오니게스의 어느 권력에도 고개를 숙이기는 커녕

부자와 귀족들을 조롱하며 평생 여유를 즐기며 살았다니 과연 알렉산드로스가 '왕이 아니되었다면

디오니게스가 되리라'했던 말이 크게 와 닿는다.

이 책에 등장했던 수많은 영웅들도 화려한 인생을 살았던 것 처럼 보여도 비참한 최후가 얼마나

많았던가를 보면 조의조식했던 디오니게스의 삶도 오히려 거추장스럽지 않아 담백해보이기까지 한다.

'너 자신을 알라'로 사실 소크라테스의 말이 아니라 아폴로에 있는 델포이 신전에 새겨진 문구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으며 그의 아내가 사실은 악처보다는 현처에 가까울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새삼스럽다.

하긴 소크라테스처럼 집안일에 무심한 남편을 어느 부인이 그냥 두고 보기만 했을까.

동서고금 어디를 막론하고 철없는 남편은 넘쳐났던 모양이다.

 

아쉬운 점은 이 작품이 작가의 유고집이라는 것이다. 오랜기간 준비하고 집필하였음에도 진작 출간하지

못했던 이유가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을 나열하는 것에 대한 미진함때문에 결국 가방을 꾸려 현장을 둘러

봐야 했던 작가의 열정때문이었음을 나중에 부친의 자료를 정리하면서 알게되었노라는 아드님의 후기를

보니 가슴이 찡해졌다. 그래서일까. 그 시대 그 이야기속에 들어간 듯한 느낌의 삽화수준이 놀랍기만 하다. 

짧은 생을 불꽃처럼 살았던 그리스 로마시대의 영웅처럼 작가 이윤기도 그렇게 살다 갔으니 그와

그리스 로마신화의 인연은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대를 이어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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