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사랑을 모르는 남자와 산다
김윤덕 지음 / 푸른숲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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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 이 말은 그 유명한 손자병법에 나오는 싸움의 전략이다.

많은 나라가 세워지고 소멸했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서 가장 큰 활약을 했던 병법에서도

가장 훌륭한 승리는 싸우지 않고도 적을 소멸시키거나 복종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2년 4개월에 걸쳐 신문에 연재되었던 칼럼 '줌마병법'이란 제목을 보면 한국사회에서 여자가 아내로

엄마로 딸로, 거기에다 온갖 편견과 구박을 견디며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내 자리'를 차지하고 버티기를

하는 '일하는 여자'로 살아가는 일들이 '손자병법'을 능가하는 고도의 전략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루비콘 강을 건넌 로마의 장군 카이사르처럼 비장한 결혼의 강을 건넌 아줌마들의 눈물겨운 필살기들을

읽노라면 때로는 눈물겹고 때로는 통쾌하고,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잔잔한 감동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제목처럼 지금 내 곁에 있는 남자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한 때는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아름다웠던 감정들이 지금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철들지

못한 지진아가 되어 그저 '큰 아들 하나 더키운다'는 심정으로 살아간다는 아내들의 탄식이 많은 걸보면

남자들의 사랑은 무척 이기적인데다 건망증이 심하고 어리광스러운 것이 분명하다.

 



 

아이들 추석선물만 사고 자신의 것은 왜 없냐고 삐치고 급기야는 가출을 감행하는 간큰남편,

시어머니에게 아내 흉을 보는 소심한 남편들의 어리광을 보노라면 '맞아 맞아'하는 아내들이 제법 많을 것이다.

여성 상사를 모셔야 하는 남자들의 하소연은 차별이나 편견에 시달리는 여성의 고민에 비하면 참 소소하게 보이지만

마음이 태평양처럼 넓기는 커녕 밴댕이 소갈딱지같은 남자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안다면 놀랄일도 아니다.

 

아이들의 양육을 위해 시어머니와 사는 여자들이 '고부갈등'을 유쾌하게 해결하는 장면은 멋지기만 하다.

시어머니랑 목욕탕도 가고 가끔은 술에 취한 척 속에 있는 말도 하고 따뜻하게 안아드리면..만사 OK!

시어머니도 누군가의 딸이고 아내가 아니던가. 이 것이야 말로 진정한 '줌마병법'이다.

 



 

어차피 서로 다른 행성에서 낳고 자란 남자, 여자가 순탄하게 살기만 할 것인가.

때로는 곰처럼 때로는 여우처럼...적당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살다보면 결국은 어떤 불행도

끼어들지 못하는 견고한 가정과 삶이 될 것임을 아줌마 고수들이 실전으로 보여준다.

'남자들! 왜 그래, 아마추어같이...'

무엇보다 자식에게 올인하지 말고 욕심을 한 줌씩 내려 놓는 건 어떠냐는 작가의 말에

요즘 질풍노도의 사춘기의 접어든 아들때문에 속상했던 마음이 조금은 위로가 되었다.

남편 때문에, 자식 때문에, 시댁식구들 때문에 열받고 살아가는 이 땅의 아줌마들이여!

이 책을 읽고 백전백승하자구요.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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