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 것을 좋아해 산티아고 순례길은 물론 우리나라도 다 알지 못한다는 부끄러움에 100일 동안 대한민국 동서남북을 걷는 약 2,200km의 도보여행을 했다는 저자의 '걷기'이야기는 이렇게 햇살이 고운 계절이 되니 더욱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걷기' 보다는 '타기'에 익숙해져 버려 이렇게 타박타박 걷는 이야기가 무척 신선하게 다가온다. 더구나 '우리동네'라면 내가 사는 이 도시에 그렇게 걸을만한 길들이 있단 말인가. 콘크리트 숲속에 아스팔트가 흙길을 덮은 이 도시에서 과연 자연과 호흡할 수 있는 길들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외국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진 북촌 한옥길부터 서울 살면서도 한번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다는 남산길이며 복개한 지붕을 걷어내고 속살을 드러낸 청계천길과 지금도 내 집 창밖에 빤히 보이는 달맞이공원과 응봉근린공원 길등...곁에 있지만 소중함을 몰랐던 길들이 얌전하게 소개되어 있다. '뻗어 가는 땅'이란 뜻을 가진 시흥 늠내길은 정말 새로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이제 1코스가 나왔으니 조만간 제주 올레길처럼 2, 3코스가 개발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다. 더구나 친절한 지도에 교통편에 근처 맛집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으니 이 책 하나만 있으면 교통카드 한장들고 운동화 끈 질끈 동여메고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걷기의 즐거움'을 나누고 싶어 온라인 동호회 '아름다운 도보여행'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저자와 동호회원들이 도심의 올레길에 대해 고민하고 직접 걷고 글로 옮겼으니 그들이 딛고 다녔을 길만큼 탄탄한 작품이 탄생한 것 같다. 태조 이성계가 서울을 도읍지로 정하고 수도의 면적을 얼만큼 정하고 성을 쌓을 것인가 고민하고 있을 때 때 없이 눈이 내려 그 둘레만큼 성곽길을 쌓고 '설(雪)길'이라고 불리다가 지금의 서울이라는 지명이 생겼다던데 '600년 서울의 재발견' 서울 성곽길이 복원되어 이제는 끊김없이 과거의 왕조를 생각하며 걸을 수 있다니 얼마나 반가운 소식인지 모르겠다. 저자의 당부처럼 우리의 아름다운 국토에 곳곳이 숨어있는 아름다운 길들을 걸으며 제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지역주민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도보여행자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역시 소박한 도시락 하나 챙겨 소개해준 길속 곳곳에 숨어있는 약수처에 앉아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