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201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인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는 ‘밀레니엄, 불멸의 문학에 온 걸 환영한다’는

축사를 남겼다. 하지만 이 영광의 축사를 들어야 할 저자 ‘스타브 라르손’은 이책이 출간하기 6개월 전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후였다.

 

많이 접하지 못했던 스웨덴 문학의 진수를 많은 독자에게 전하지 못하고 예정된 10부작중 3부만을 넘겼다니

왜 그의 부재가 애통한지 이 책을 덮은 후에야 알 수 있었다.

 


온전히 언론의 자유를 지키는 사수대가 되리라 호기있게 창간했던 ‘밀레니엄’잡지사의 미카엘은

베네르스트룀사건에 휘말려 발행인 직을 사임하고 스웨덴의 거대 기업 방예르그룹의 전회장인 헨리크 방예르의

요청으로 40년전에 홀연히 사라져버린 당시 열여섯살이던 조카딸 하리에트 사건을 쫓게된다.

겉으로는 헨리크의 자서전을 쓴다는 명목이었지만 당시 수사를 맡았던 유능한 형사 모렐의 끈질긴 수사에도 불구하고

미제로 남아있는 이 사건을 쫓기위해 방예르가의 얽히고 설킨 가계도와 그들간의 미묘한 증오를 하나씩 파헤치게 된다.

 

섬으로 이루어진 당시의 사건현장은 폭발사건으로 고립되어 범인이 빠져나갈 틈은 전혀 없어보였다.

이지적이고 집요한 헨리크회장의 추적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미궁에 빠졌고 죽음을 앞두고 기자출신의 편집자인

미카엘에게 사건을 의뢰하면서 읽는 독자역시 미카엘의 사고와 같이 움직이게 된다.

여기에 또하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국가의 ‘후견인’제도에 의거하여 보살핌을 받고 있는 리스베르 살란데르의

등장이 이채롭다.

 

분명 정상인과는 다른 성격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천재적인 두뇌와 능력을 지닌 스물 넷의 이 처녀는 보안회사의

유능한 조사요원으로 비록 거식증 환자처럼 삐쩍 마른데다 코와 눈썹에는 피어싱까지 한 창백한 몰골이었지만

과학적일 정도로 치밀하고 놀라운 재능을 지니고 있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살아왔던 미카엘과 살란데르는 방예르가에

변호사인 프로데 변호사에 의해 미카엘의 뒷조사를 맡김으로서 연결된다.

 

사실 미카엘은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자신과 부적절한 관계를 갖고 있는 밀레니엄의 공동 발행인인 아리카와의 오랜 관계

때문에 아내와 이혼을 한 비밀스런 과거가 있다.

 

앞날을 예측하기 힘들만큼 구렁텅이에 빠지게 했던 베네르스트룀의 목을 내어주겠다는 조건으로 헨리크회장의 제의를

수락한 미카엘은 혹독한 추위와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 실종사건의 벽 때문에 애초에 사건의 해결과 상관없이 자서전이나

써주는 것으로 회피하려하지만 묘하게 이 사건에 몰입하게 된다.

과연 열 여섯 살의 소녀 하리에트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자살이나 타살? 혹은 자의든 타의든 실종된 것일까?

실종되기 1년전부터 갑작스런 성격의 변화는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그리고 단순 조사요원이었던 살란데르와는 앞으로 어떤 관계가 되는 것일까.

1편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나역시 미로속에 빠졌지만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묘한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미카엘의 모습에서는 실제로 북유럽 최대의 통신사 TT에 입사하여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다가 그 시절 일상에

스며든 파시즘을 경계하며 인종차별과 극우파, 스웨덴의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잡지 ‘엑스포’를 공동 창간하고

죽기 직전까지 신념대로 살아왔던 저자 스티브 라르손의 모습이 자꾸 겹쳐졌다.

이 소설의 주인공격인 대기업 방예르가는 스웨덴의 사회성과 모순성을 그대로 담고있는 모뎀이다.

핏줄이 같으면서도 서로 다른 개성과 종교적 신념등으로 서로를 증오하는 인간의 군상들을 한 집안의 가계도를 집약시켜

그 시절의 시대성을 그대로 대비시킨 저자의 작전은 훌륭했다.

과연 ‘밀레니엄’은 수많은 적들과 모순을 부수고 자유의 깃발을 휘날릴 수 있을 것인가.

미지의 처녀 살란데르는 미카엘에게 적일까 동지일까.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독버섯같은 인간들과 혹은 상처받은 여자들의 모습도 결국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같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거대한 방예르가를 훑어 내리느라 느긋하게 시작했던 ‘밀레니엄’과의 첫 만남은 이제 안달이 난 연인처럼 간절하게

2편이 그리워진다. 차갑고 조용하지만 깊숙한 비밀을 간직하고 있을 것만 같은 스웨덴의 땅을 닮은 역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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