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는 꿈맛 - 꿈을 안고 떠난 도쿄에서의 365일 청춘일기
허안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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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유독 서른에 무엇이 될거냐고 혹은 서른의 자신을 돌아보라고 묻는 책들이 홍수처럼 나왔던 것 같다.

인생에 있어 서른은 부모의 그늘을 떠나 뭔가가 되기위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지나온 길을 기초로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 중요한 나이임을 알려주고 깨우쳐주려는 선배들의 조언이 그만큼 많았다는 증거일 것이다.

여기 스물 다섯살의 아가씨가 바로 그 서른을 준비하기 위해 커다란 세상에 도전장을 던진 이야기가 있다.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고 주저 앉기 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잘 다니던 학교마저

휴학하고 도쿄로 떠날 수 밖에 없었던'안나'는 젊은 날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예전 같으면 결혼 적령기라고 할 나이지만 부모의 과보호로 성장한 요즘 젊은이들치고는 꽤 멋진 친구이다.

뽀대나는 커리큘럼이나 포트폴리오를 위한 유학이 아니라 진정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찾아 떠난 1년의 시간들을

지켜보고 나니 기특한 그녀의 등이라도 토닥거려주고 싶은 심정이 든다.

 



 

여유있는 형편도 아니고 스스로 학비를 벌어 힘들게 지내야 하는 타향살이에서도 결코 기 죽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위에 제법 괞찬은 족적 하나를 남긴 그녀를 보면 누구나 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일본이란 나라는 말 그대로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이다. '스미마셍'을 연발하며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친절한 그들은 사실 자신의 속을 보여주지 않고 묘하게 거리감을 두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는 민족이다.

고작 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그 나라에 정착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여러 사람을 통해 들어왔었다.

아무 연고도 없는 그곳에서 추위와 더위 그리고 향수병에 시달리는 고군분투기를 보고 있노라면 딸 가진

어미로서 마음이 짠해진다. 그리고 이렇게 당당하게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어 놓은 것 만으로도 대단하지 않은가.

단순히 여행자로서 관광지를 소개하는 책이 아닌 맨몸으로 부딪히고 적응해 살아내는 이야기가 너무 생생해서

적어도 도쿄에 지금 내려 놓는다고 해도 어느 정도 시행착오는 건너 뛸 자신이 마구 생기게 한다.

나 역시 미국 유학 시절 우리나라와는 다른 은행시스템과 느려 터진 업무 타일때문에 속터졌던 기억이 있다.

자전거를 애용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법규가 이렇게 까다롭다니..만만치가 않겠는데.

 



 

그녀를 위한 송별회에서 '현금'까지 마련하여 봉투를 받았다는 얘기며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먹이고 재워주거나 좋아하는 매실주를 낑낑대며 가져다 주었다던 에리코짱의 이야기에서는 내 선입견을

여지없이 깨뜨려 주었다. 아하 정(情)이란 나라마다 표현방법과 볼륨이 다를 뿐 어디에다 존재하는구나.

'모두가 자기 할 탓'이라든가' '저 하기 나름'이란 말처럼 진심으로 최선을 다하는 그녀에게 차가운 일본사람들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던 것이리라.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당당히 말하지 못했다는 고백에서는 소심한 애국심때문에 속상했을 그녀를 충분히

이해하기로 했다. 굳이 흥분하면서 마찰을 일으킬 필요도 없이 독도는 우리땅이므로.

 

 



 

'업적'에 연연하지 않고 당당히 돌아온 그녀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미 그녀가 얻은 것이

너무 많기때문에...그리고 그녀가 맞을 '서른'에 다가갈 더 큰길을 찾을 것임을 알기 때문에...

비록 고생바가지로 초췌해서 돌아올 걸 예상했던 가족들에게 마구 살찐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외로움을 초코렛으로 달랬다니...그것 또한 이해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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