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도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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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소도시들을 통합하여 탄생한 신도시 유메노는 퇴락한 고옥을 연상케 하는 곳이다.

고임금으로 인해 외국노동자들이 대신 현지인들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부품공장이 유일한 생산지이고

대도시로 떠나간 젊은이들 대신 국가가 지급하는 연금에 의존하여 살아갈 노인네들과 모자가정들만 가득한

가난한 도시이며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나는 아이들 역시 그네들의 부모와 다를 바 없는 미래를 물려받을 것

같은 그런 느슨하고 힘빠진 우메노市!

어떻게 하든 생활보호수급자로 연금을 타기위해 목을 메는 사람들과 어떻게든지 연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시청공무원들, 어수룩한 노인네들에게 사기 세일즈를 하는 전직 폭주족, 재미없고 희망없는 이 도시를

떠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여고생, 이런 유메노시에서 출세가도의 야망을 안고 사는 시의원!

사실 이런 구성원들은 세계 어느나라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혼과 사기, 신흥종교의 몰두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 남을 등쳐먹고 사는 야쿠자와 하루종일 파친코로

무료함을 달래는 사람, 멀쩡한 가정주부이지만 몰래 매춘을 일삼는 여자와 그 여자를 사는 남자들!

이런 사람들도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서 마주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거대한 도시안에서 스스로의 힘이든 국가의 연금에 기대서든 어찌어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실감나게 만날 수 있었다. 게임에 빠져 공상의 세계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은둔형외톨이나

폭주족으로 일찌감치 아이엄마나 아빠가 되는 현실들은 바로 우리아이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꿈이 없는 부모밑에 태어나 다시 그 길을 답습하는 아이들과 벗어나려는 아이들.

궁핍과 외로움을 종교로 달래보려는 사람들.

오쿠다 히데오가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하다.

그의 글에는 인간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강요하고 있다.

 과거가 어떠했든 꿈을 가지고 살아가려는 폭주족 청년은 늦게서야 자식에 대한 사랑을 발견하고

아이들도 외면한 이혼녀 역시 직장도 없이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지만 죽음을 앞둔 엄마를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오는 것으로 가슴속에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간임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얽히는 마지막 자동차 사고 장면으로 독자에게 마무리를 넘기는 것은 조금

아쉽다. 선명하게 최후의 일격을 날리는 것이 작가만이 누리는 판결문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삶을 파헤치는 그의 날카로운 시선만은 높이 평가하고픈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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