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어린 시절을 말하다 - 유년의 상처를 끌어안는 치유의 심리학
우르술라 누버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의 기억이 평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몇 십년에 걸친 추적을 곁들여 풀이해 놓은 책이다.

부모도 자식을 선택할 수 없었지만 자식 역시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부모로 부터 받은 사랑과 관심, 혹은 무관심과 폭력 같은 일들이 아이가 자라 평생 살아갈

그 시간속에 얼만큼 큰 자산으로 혹은 상처로 각인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리는 흔히 잘난 부모, 성공한 부모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부족함이 없이 성장하고 사회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드시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모가 훌륭한

부모가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거릿 대처라면 대영제국의 '철의 여왕'이라 불렸던 대단한 여인이었지만 자신의 성공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온통 정치에만 관심을 두고 딸에게는 아주 소홀했던 엄마였음을 알게 되었다.

어찌보면 영국국민들은 행복했을지 모르지만 생명을 주고 핏줄을 나눈 자식에게는 냉혹한 엄마였을 뿐이다.

그녀뿐만 아니라 마이클 잭슨의 아버지나 마리린 몬로의 부모 역시 좋은 부모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예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로 부터 버려지고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역경을 극복한 스타들이

우울증이나 망각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이나 마약으로 인한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성공의 시간들 틈틈이 마치 숨어있던 도둑이 갑자기 나타나듯이 정상적인 생활속에 숨어

들어와 행복을 훔치는 과거의 상처들은 보이지 않는 칼날과도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깊은 구덩이에 빠졌어도 잘 헤치고 나와 칼날에 휘둘리지 않고 성공한 삶의

주인공이 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오프라 윈프리처럼 절망의 끝에서 만난 생부에 의해

혹은 이모나 고모같은 친척이나 다양한 멘토들에 의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하고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지를 확인한 경우에는 끝까지 자신을 놓아 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와이 카우와이 섬에서 태어난 약 7백명의 아이들을 40년 넘게 추적한 결과를 보면

환경이 어려운 여건에서 자란 210명의 아이들중 3분의 2는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3분의 1일은 위험도가 높은 가정에서 자란아이는 실패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인간의 본성에는 고난을 이기고 자신이 자랐던 환경을 자신의 2세만큼은

물려주지 않겠다는 극복의 의지가 있다고 한다.

 

이렇듯 어느 길을 택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는 인간의 기억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위장술이 많고 이기적인지 잘못된 사실을

실제처럼 믿고 기억함으로써 평생의 상처를 짊어지고 사는 사람들도 많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런 기억들을 드러내고 치유함으로써 잘못된 기억을 바로잡고 상처가 있었다면

치유의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어려서 아버지로부터 심한 폭력에 시달렸던 미국의 유명배우 스티브 마틴의 경우를 보면

 

어린 시절의 불행을 많은 사람들에게 당당히 밝히고 불행한 과거가 자신이 예술가가 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여

지금은 흰머리를 휘날리며 코미디영화의 대가가 된 그의 삶자체가 바로 멘토인 것이다.

 

판단이 어렵고 스스로 살아갈 힘이 없던 어린시절의 무력함은 어쩔수 없다고 치자.

다행히 곁에 손을 잡아주고 능력을 알아주는 멘토가 있었다면 그건 엄청난 행운이다.

하지만 그럴 사람조차 없다고 해도 스스로 소중하게 자신을 관리하자.

 

인생에 고비마다 만나는 구덩이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 채 어두운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면

그건 순전히 자신의 선택과 노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생각한다.

결코 쉽지 않겠지만 길지 않은 인생에서 과거의 상처에만 매달려 도태된다면 엄청난 확률로

이세상에 태어난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더 나아가 어린 자식에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부모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가장 큰 복수는 ‘용서’라고 하지 않던가.

유년의 상처를 스스로 따뜻하게 끌어안는 방법만이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있으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된다면 나 역시 내 아이에게

칼날을 들이대는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탄생은 선택이 아니었지만 행복한 인생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스스로를 희생자로

만들어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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