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오금학도 이외수 장편소설 컬렉션 4
이외수 지음 / 해냄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욕망에 아름다움을 더하면 소망이 되고 소망에 아름다움을 빼면 욕망이 된다' -237p

 

내게 가진 소망이 혹 욕망이 아니던가.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거리에 쓰레기가 적어질수록 오물은 엉뚱한 곳에 쌓이고 멋지게 차려 입은 옷속에 웅크리고 있는

속물은 가리고 싶어도 자꾸 삐져 나오려고 한다.

 

배고프던 시절에는 밥 한그릇이면 행복할 것 같았는데 쓸데없는 살이 덕지덕지한 요즘, 채워지지

않는 허기는 웬일인지 더욱 극심하기만 하다.

믿든 안 믿든 이 세상에 인류가 등장하기전 부터 존재 했을리라 짐작되는 선계(仙界)에 존재들이

지금 눈에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런 속물들 때문이 아닐까.

 

환상인가, 실제인가 모호한 신비의 세계로 이끄는 흰머리의 소년은 누구인가.

인간의 세상과 선계의 세상을 넘나드는 존재가 있었음을 증명하고 싶었던걸까.

어느날 용이 되지 못하고 이땅에 떨어진 이무기가 산다는 도로무기소 근처에서 사라져버린 소년!

석달만에 나타난 그 소년은 자신이 신선들이 산다는 오학동에 다녀왔노라고 했다.

백학이 천년을 지나면 현학이 되고 현학이 천년을 지나면 금학이 되어 온통 벽오동나무들이 우거진

숲에서 살고 있고 선계의 그림 한장을 그려주며 언젠가 이 그림속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사람을 만나면 다시 올거라고 소년을 되돌려 보냈다던 그곳...과연 그곳이 있을 것인가.

 



 

정신병자로 오해를 받으면서도 소년은 그림을 들고 다니며 자신을 오학동으로 돌려보내줄

사람을 찾아 헤맨다. 그 사이 세상은 극심하게 썩어가고 신뢰는 병들어 가고 있었지만

선계의 그곳만을 그리며 30년이 지난 어느 날!  탑골공원에서 만난 노파가 그 단서가 된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것 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우리의 삶을 조종하고 있음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크기를 짐작할 수 없는 이 우주의 공간속에 우리의 존재는 티끌보다도 못하다는 것을 나역시

알수가 없다. 하지만 '오학동'이 어딘가에는 실제하여 희망처럼 군림하기를 바란다.

 

흰머리소년처럼 누군가가 그곳으로 데려가 주기를 바란다면 꿈으로 끝날 일이었다.

스스로 집착을 버리고 가벼워 짐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그곳!

 

사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선계의 오학동과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의 마을이 자꾸 겹쳐졌다.

그곳에도 흰머리 소년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인간쪽이기 보다는 신선쪽에 가까워 보이는 그가 소년이 찾던 바로 그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림속 선계의 마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존재만으로도 마음의 평화를 나누어 주는 신선의

모습이 작가와 묘하게 닮아 있지 않은가.

이 작품 이후 그가 수염을 나부끼며 긴 지팡이를 땅에 부딪히며 일갈하는 것 같은 작품들이

나온 것을 보면 과히 틀린 짐작은 아닐 것이다.

꿀맛을 보지 않고도 달다고 말하고 진리를 겉껍질을 잠시 매만져보고는 먹고 사는 일에

바빠 맹꽁이처럼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그는 오학동의 무덕선인으로 세상을 굽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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