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나 전설이 아닌 역사 속에서 황당하고 텁텁한 이야기만을 골라 담았다는 저자의 소개글처럼 그야말로 텁텁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살찐 종년 양귀비'에서는 동양의 미인이라고 소문난 양귀비나 그리스 로마시대의 미인들은 풍만하였다니 유행은 돌고 돈다는데 왜 풍만의 시대의 오지 않는 것인지 안타까운 맘이 들었다. 인류가 땅에 발을 딛기 전 나무위의 원숭이였던 시절에는 나무에 시신을 걸쳐놓았다가 비로소 땅에 발을 딛고 나서부터 '화장'이란 장례풍습이 생겨났다는 것도 참 흥미있는 사실이다. 아직 세계어디에선가 식인문화가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것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도 첨 들어보는 말이다. 목수가 취미였던 군주들은 어김없이 나라를 말아먹었다니..우연치고는 댓가가 너무 크다. 자자의 일침이 더 재미있다. '목수가 취미라면 망할 것이고 직업이라면 흥할 것이다.' 혹시라도 목수일이 취미인 사람이 대통령후보가 된다면 얼른 사퇴를 시켜야겠다. 자신이 '악처'라고 생각한다면 한번 귀기울여 들을 일이다. 강태공은 은나라 사람으로 소금과 밀가루를 팔던 사람이었는데 마누라한테 몽둥이를 맞고 쫓겨나 할수 없이 낚시터에서 소일할 수 밖에 없었단다. 그 낚시터에서 주나라 문왕을 만나 위대한 정치가가 되었으니..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티페 역시 악처의 표본이 아닌가. 위대한 철학자가 당대 고급 창부 아스파시아집에 드나들다가 들켰다니 어느 여자가 악처가 안되겠는가. 그 역시 악처의 등쌀에 못이겨 집에서 나와 광장에서 소일하다보니 토론하게 되고.. 그러다가 위대한 철학가로 역사에 남았다. 혹시 남편을 출세시키고 싶다면 '악처'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수많은 역사서에서 이렇게 맛깔스런 이야기를 골라낼만큼 저자의 독서량은 어마어마 할 것이다. 이야기 말미에 따끔한 일침들도 너무 재미있다. 조선시대에 양반의 체면을 세우느라 싫은 척 했던 돈을 유통시키기 위해 주막을 세웠다는데 요즘 이 주막이 없어져서 서운했다는 말에 주당의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는가. 엄청난 사건들의 이면에는 아주 사소한 원인이 있었다는 것도 이미 예정된 운명이었다면 어찌 그 길을 비켜갈 수 있겠는가. '마음 비우기를 말 한마디로 될 성이나 싶은가?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 제 속만 내보일 뿐 아니라 구업(口業), 입으로 죄를 짓게 된다.' -205p 역사를 돌아보게 되면 말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깨달은 저자의 따끔한 가르침이 맘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