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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메멘토모리 - 조선이 버린 자들의 죽음을 기억하라
정구선 지음 / 애플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에 나옴은 선택이 아니었지만 세상을 떠나는 것은 선택이었던 조선사람들의
자살을 다룬 이야기이다.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보면 왕권시대를
흔들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거나 위협이 될 수 있는 세력이었을 경우 당연히 왕은
두명이 될 수 없으니 누군가는 없어져야 하는 경우, 조선의 경우는 당파싸움에 의해
억울하게 죽어갔던 인물들이 한둘이 아니다.
왕족이었다면 같은 피를 나눈 부모와 형제에 의해 자진이란 명목으로 세상을 버려야
했으며 양반네들 역시 스스로의 목숨을 끊음으로써 명예를 지키고자 했다.
때로는 억울함을 알리기 위해, 정절을 지키기 위해, 침략자들로 부터 모욕당하지 않기위해
목을 메고 강물로 뛰어내렸던 그들의 한스런 이야기가 절절하기만 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삶이 공평한 것 만은 아니어서 남아야 할 사람들은 가고 갈 사람들은
남아 제 값을 못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으니 조선시대에 가장 한심한 왕이었던 인조와
선조는 국토가 치욕을 당하는 그 순간에 잠시 자진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니..그래도
기특하다고 해야할지...그렇게라도 제값 못한 비참함을 포장하려 했던 것인지 궁금하다.
여성의 정절을 '은장도'로 무장시켜 가혹한 삶을 강요한 남자들의 억압이 분노스럽다.
인간답게 살아가야 할 존엄성이란 여자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던 그시절 가슴에 한을 품고
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했던 것이 더 나았을까.
폭풍처럼 몰아친 온갖 사화의 칼부림에 죽어갔던 인재들은 또 얼마던가.
단종의 죽음이 자진이었든 독살이었든 결코 자신의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린나이에 혈육에 의해 참담하게 죽어갔던 아픔은 많은 세월이 흐른 지금도 희석되지 못하고 있다.
왕의 여자들은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는 투기와 음모에 의해 비참한 최후를 맞았으니
저자의 말대로 당파에 의해 이용당한 결과라 하더라도 과이 아쉬움이 느껴지진 않는다.
가난하고 억압되었던 조선시대나 우주선이 하늘을 날아가는 지금이나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기만 하다.
어느 시대이건 단지 배가고프다는 이유말고도 인간들은 많은 말을 하기 위해 혹은
많은 말을 감추기 위해 지금 이 순간도 삶을 놓아 버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왕조의 거대한 권력으로 부터 버림당한 조선사람들의 억압된 죽음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자유시대라는 작금의 현실도 삶이 결코 녹록치 않음은 무슨 이유인지 묻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