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튜닝시대' '한국은 성형왕국'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강남의 거리곳곳에 성형외과가 줄줄이 들어서 있다. 전세계어디를 다녀봐도 이렇게 많은 튜닝병원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TV에서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고급백화점에 못생긴 여자가 방문했을 때와 잘생긴 여자가 방문했을 때의 차이를 알고 싶어서 였을 것이다. 물론 옷차림도 중요한 요소이긴 했겠지만.. 아무래도 미인에게는 점원들의 반응이 남달랐다. 더욱 친절하고 오랫동안 붙잡아 두고 싶어하는 심리가 그대로 보여졌었다. 반대의 경우, 못생긴 점원과 잘생긴 점원의 매출은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연히 미인이 실적도 좋았다. 동물의 세계를 보면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 일단 무리들중에서 가장 강한 놈이 배우자를 얻고 먹이를 얻고 그세계에서 '짱'이 되는 것이다.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부와 권력, 명예외에 또다른 '힘'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바로 '외모'이다. 나도 예쁘고 잘생긴 사람이 좋다. 일단 눈이 즐겁고 마음이 밝아지는 것은 사실이니 말이다. 지하철 광고속에 등장한 성형수술 After, Before 사진을 보니 그야말로 환타스틱하고 마술같은 경지를 지나 거의 기적이라고 표현될만큼 우리의 성형기술은 급진보한 수준이었다. 성형에 대한 편견을 가졌던 나조차도 한번 쯤 해보고 싶다는 유혹을 느꼈을 정도로. 이런 유혹은 비단 나만 느낀 것은 아닌 모양이다. 엄청나게 많은 성형외과의 간판이 내려지기는 커녕 지금 이순간도 자꾸 늘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인간의 병을 고치는 위대한 의사가 되고 싶었던 한여자가 이제는 얼굴을 고치고 마음을 고치는 '페이스 셀러'가 되어 '페이스 쇼퍼'들과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성형쇼핑가의 이야기가 색다르다. 인터넷세상에서 떠도는 정보와 소문들이 사실 유무와 상관없이 거대한 네티즌들에 의해 포장되고 무기화되는 과정들이 생생하게 중계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든 이야기는 소설속의 갇힌 이야기가 아닌 바로 현재 우리와 공존하고 있는 '리얼'이다.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도박중독과 더불어 이제 성형중독의 새로운 질환이 등장했다. '행복한 성형이란 부족한 부분을 메움으로써 조화를 얻고 그로 인해 능동적인 태도와 자신감을 얻게 도와주는 것이다.' 물론 성형을 원하는 사람이나 시술하는 의사들은 정답처럼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하지만 의사 정지은이 만난 '페이스 쇼퍼'들은 세월을 비켜갈 수 없는 인간으로 사는 한 자연스런 늙음을 결코 받아들이지 못하고 쌀이 떨어지면 마트에 가듯이 성형외과 골목을 서성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생명을 구하는 의사보다는 돈을 구하는 의사가 많아져서 맹장수술을 하려해도 외국으로 가야하는 시대가 올것이라는 비판에 슬슬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외모가 경쟁력이고 무기도 되는 이시대에 '행복'을 사기 위해 성형외과에서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 자신의 상처를 이기기 못하고 흉부외과의사를 포기한 주인공이 컴플렉스를 치유하고 자신감을 회복시켜주는 일도 생명을 구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는 항변은 내 성형에 대한 편견을 흔든다. 어둠과 외로움속에 갇혔던 사람들이 연합하여 비열한 세력들을 응징하는 해피엔딩이 퍽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