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抱天) 1막
유승진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해 질수 있으리라 믿는다.

다가올 악운을 피하고 행운을 거머쥘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우주선이 달나라를 왕복하는 세상이 왔어도 여전히 점집은 성행하고

오히려 타로점이니 사주카페니 해서 젊은사람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도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한시대의 영웅호걸이나 군주가 되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속에는 예언이 많이 등장하곤한다.

선지자들이 나타나거나 하다못해 꿈을 빌어서라도 등장이나 퇴장에 대한 암시가 있었다고 한다.

역사를 한페이지를 장식할만큼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사람들이니 이런 신화가 없다는 것이

더 이상할 수도 있지만 매스미니어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일수록 하늘에 운을 맡기고 사람들의

입이 더 무섭게 느껴졌던 시절일수록 이런 동화같은 전설은 빛을 발했을 것이다.

서양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는 적중률이 높기로 유명해서 그간 수없이 인용되고 시절이

하수상하다 싶을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서이기도 하다.

그간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 사고들이 거의 맞았다고 하는데 그 마지막예언이 너무 무시무시하여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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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토정 이지함의 저서인 ‘토정비결’이 있지만 재미삼아 보는 정도랄까 시대를 구분하여

세밀하게 드러내는 부분이 없는 편인데다가 적중률이 높은편이 아니어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던 것 같다.

‘역사속 권력자들이 안으려 했던 하늘, 그들이 안으려 했던 하늘을 점쳐 꿰뚫어 본자 있으니...’

 

포천(抱天)이란 제목처럼 하늘을 안는자가 세상을 얻는다는 이야기인데 하늘의 뜻을 헤아리는 사람 즉

점을 보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가상의 애꾸눈 점쟁이 이시경이 남겼다는 예언서 이야기를 시대를 넘다들며 한 시대를 쥐락펴락한

수많은 권력자들의 운명과 대비시켜 풀어놓음으로써 실화인지 아닌지 한참을 생각하게 만드는 기이한

만화책이다. 대원군의 아들 고종이 왕이 될 것이라 예언했다하여 천하에 이름을 떨친 관상가 백운학의

이야기는 매천야록에도 전해져 올만큼 실제한 것이 분명해보인다.

지금도 이이름으로 활동하는 역술가들이 여럿이라니 백운학 박유붕이 신통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인생을 오래살다보면 어지간한 관상정도는 봐줄만한 식견이 생기기도 한다지만 왕이 될만한 재목을

알아본다는 것은 과연 공부만 한다고 가능할 능력인지 궁금해진다.

 


관상으로 호환으로 자식을 잃을 것을 예언하고 호랑이를 잡기위해 벼락틀을 세우고 한바탕 난리를

치르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절로 나오게 된다. 아무리 남의 운명을 점치는 예언자라 할지라도 정작

자신이 속곳에 방뇨를 하여 망신을 당할 것은 몰랐던가 보다.

만약 이시경이 이렇듯 예언에 능했다면 10만양성설을 주장한 율곡과는 친분이 있는 것으로 나오는 김에

미리 대비해서 왜놈에게 능욕을 당하는 역사만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긴 내가 그시대에 살았대도 그말을 믿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예언이라는 것이 겪을 것 다 겪어보고서야 증명이 되니 안다고 해도 꼭 피한다는 보장이 없기가

부지기수일 것이다. 너무 앞서나가는 사람은 모난 돌에 정 맞듯이 되려 자신의 안위마저 보장할 수 없을테니

보인다고 안다고 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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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채를 두둑이 챙기거나 관상으로 면접을 본다는 기업체에 불려 다니는 점쟁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물질문명이 발달하고 밤에도 별이 보이지 않을 만큼 화려해진 시대가 되어서 일까.

도리어 앞을 내다보는 일들이 더욱 어려워진 것 같다.

권력의 횡포에 허리한번 펴지 못하고 살아가야 했던 조선시대 불쌍한 백성들에게 그저 막걸리 몇 사발에다

장국 한그릇으로 가난한 백성들의 심정을 헤아리는 이시경의 유유자적이 호쾌하기만 하다.

엉뚱발랄한 어린 딸 초희의 아버지 골려먹기도 재미있거니와 가는 곳마다 새엄마가 열둘이라니 난봉꾼

이시경의 남은 여정에 안팎으로 여난(女難)이 예상되는 바,

그가 남겼다는 예언서에 등장할 인물들과 사건들과 더불어 두 부녀의 좌충우돌이 더욱 궁금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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