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혜를 갖추고 상대를 압도하라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김문주 옮김, 펑슈화이 편역 / 비즈니스세상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이란 전쟁과도 같아서 살아남기
위해 상대방을 꺾고 우위에 서거나 반대로 패배자가 되어 낙오자로 살아가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전장에 나가기 위해 체력도 좋아야 하고 무기도 좋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지략이 있어야만 적은
힘으로도 상대를 압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17세기 성직자 출신으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손무의 <손자병법>과
그의 저서 <지혜록>을 일컬어 ‘인류 3대 지혜서’라 한다니 대단한 작가임이 분명하다.
인류 3대 지혜서를 보면 왕으로서 세상을 다스리는 법이나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등 왕이나 승리자가
되기 위한 지침서임을 알 수있다. 그만큼 인간으로서 최고가 되는 길은 마치 전쟁과 다름없음을 반증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왕이 되거나 승리자가 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은 군사의 숫자나 무기의 종류보다 ‘지혜’에
있음을 저자는 간파했던 것 같다. 동서고금을 통해 지혜를 가진자들의 승리담을 예로들어 상대방을 압도하는
방법을 조언한 이책이야 말로 옛날보다 더 복잡하고 변수가 많아진 현대인들의 필독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삼국지를 세 번 읽은 사람과는 상대도 하지말라’더니 인용된 중국의 역사에 등장한 인물들의 흥망성쇠를 보니
모든 인간사를 총망라해놓은 압축서를 보는 것만 같다.

수많은 영웅들이 등장하고 서로가 승리를 위해 온갖 지략들을 동원하고 때로는 용기로 때로는 속임수로
상대방을 압도하는 장면들을 보니 한나라의 역사가 몇사람들의 머리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통제하는 힘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포카훼이스’란 말이 있듯이 말과 행동을 감추고 침묵을 지킬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만 진정한 승리를 거둔다니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얼굴에 한껏 드러내는 나같은 사람은 아무래도 반은 지고 들어가는 셈이 될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버려지기 전에 먼저 버려야 한다’는 말은 사실 너무 어려운 숙제이다.
물러날 때를 알 수 있다면 당연히 현명한 사람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때를 알기 어렵다.
아직 이루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고 욕심을 내려놓을 마음도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책을 읽는 내내 거울을 보듯 나를 비쳐보면서 부족한 점이 한둘이 아니란 것을 알게되니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승리자는 커녕 남의 뒤를 쫓기에도 역량이 많이 부족하니 영웅호걸들이 앞을 내다보는 혜안과 지혜가 못내
부러울 뿐이다.
언제 당근을 써야 하는지 채찍을 써야하는지 판단하는 일이나 자기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야 할지 숨은 듯
침묵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일들도 내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사랑에 관해서도 신비함을 잃지 말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함에도 막상 콩깍지에 씌우면 물불을 못가리는
맹꽁이가 되어버리니 늘 쩔쩔매는 포로가 되기 십상이다.

닉슨대통령시절 국무장관을 지낸 키신저의 처세를 보면 외교의 달인답게 중국과 손을 잡는척하여 소련을
긴장시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든지 어느 한 권력자에게 몰입하지 않고 흔히 말하는 양다리작전을 구사해
정권이 바뀌어도 살아남는 지략등은 정말 배우고 싶은 부분이다. 지렛대를 이용하면 혼자힘으로 도저히
들어올릴 수 없는 것들을 들어 올릴 수 있듯이 지혜야 말로 삶의 지렛대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 지렛대를 사용할 줄 모르거나 안타깝게도 역량이 부족하여 쉬운길을
두고 멀리 돌아가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집중해서 상대를 꿰뚫어 보는 안목도 힘을 역이용하는 인내심도 용서하는 관용도 부족한 내가 과거에 왕손으로
태어났더라면 틀림없이 나라를 말아먹고 말았을테니 현대에 범부로 살아가는 것을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지 모르겠다.
‘조르주 상드’라는 남성작가의 필명으로 작품을 발표할 수 밖에 없었던 뒤드방부인이 살았던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라 생각하자.
하지만 삶의 다하는 순간까지 우리는 전장에 나선 군인과도 같다는 것을 잊을 수는 없는 일이다. 비록 늦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이 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많이 남지 않은 시간을 알차게 쓰기위해서는 이 책속에 있는 지혜라도 빌어 느슨해진 삶을
탱탱하게 끌어 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