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삶은 하루를 짧게 하지만 인생을 길게 합니다' -이시형- 나이를 밝히는 것을 싫어할 만큼 평생 현역을 주장하는 이시형박사의 맺음말이다. 얼마전 돌아가신 모친이 106세로 장수하셨다니 앞으로 30년은 거뜬히 살만한 유전인자를 가진 분이시니 그분의 계산법이라면 경제적 나이로 고작 마흔중반에 한창 일하기 좋은 현역인셈이다. 55세 정년을 기점으로 75세까지를 영 올드(Young Old)라고 구분짓고 YO세대는 아직 노인이 아니라는 설명에 갑자기 눈이 확 떠지는 느낌이었다. 가장빨리 고령사회로 진입한 대한민국이라는 보도가 실감 날만큼 탑골공원이나 천안행 전철속에는 '젊은 고령자'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회갑연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칠순잔치도 팔순잔치에 밀려 약식으로 치러지는 일들이 많아졌고 멀지 않은 장래에 노후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보도는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주변에 이른 바 '삼식이'(하루 세번 꼬박 밥을 먹는 남편들)들이 늘어나고 한때 잘나갔던 선배들이 의기소침해서 모임에 나오지 않는다는 말이 들려오고 이제 얼마남지 않은 남편의 정년후 불확실한 미래때문에 한숨쉬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너무 젊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노후를 걱정해야 하고 출산감소 소식에 혹시 나를 부양해 줄 뒷세대들이 줄어들까봐 은근히 주변 신혼부부들에게 출산을 독려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한다. 스무살 중반에 시작한 사회생활이 대략 30년후면 정년이 되고 많지 않은 퇴직금으로 남은 30년을 살아가야 한다는 말에 나는 과연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의 값어치가 괜찮다는 말에 슬며시 용기가 생긴다. 베이비붐세대에 태어나 가난을 물리치고 열심히 살아온 우리가 가진 스팩을 이렇게 높히 평가해 주다니.. 물론 똑똑하고 날렵한 젊은이들이 가진 장점도 좋지만 경험과 성실로 다져진 연륜을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왠만한 어려운 일쯤은 간단히 헤쳐나갈 뚝심도 있으려니와 산전수전 다겪은 노장의 여유로움이 필요한 곳이 분명 많을 것이다. 이미 50세이상이면 환경미화원도 될 수 없고 20대 백수가 지천인 세상이지만 나의 가치를 알아주고 재능을 120%끌어쓸수 있는 곳이 분명 있으리라는 희망이 느껴졌다. 신체의 노화라는 것도 정신의 젊음을 이길 수 없다는 주장도 세로토닌이 팍팍생기는 응원의 말이다. 꾸준하게 운동하고 건강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면 몸이 힘들어서 일을 못한다는 말은 핑계일 뿐이라는 것은 의학자의 과학적 설명이니 여기저기 고장나는 것 같았던 몸이 게으름의 결과라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세월만으로 나이가 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와 성장을 포기하는 순간 퇴화가 시작된다는 말을 곱씹는 순간이다. 65세에 고물차를 끌고 세일즈여행을 떠나 KFC를 창설한 할랜드 샌더스, 50대에 화장품업계에 뛰어들어 업계 3위의 성공을 이뤄낸 코리아나 유상옥사장! 정말 대단한 YO가 아니겠는가. 퇴직 1년을 앞두고 펼친 무임 봉사진료가 즐겁고 행복했노라고 하는 고백에서 스스로의 능력으로 누렸던 일들이 사실은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있었고 이제는 빚을 갚는 마음으로 돌려주고 싶다는 이시대의 진정한 젊은이 이시형박사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 시작하세요' 늦었다고 할지라도 남은 30년을 허송세월할 수는 없다. 나도 열정으로 하루일을 하고 돌아가는 차안에서 조용하게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영원한 현역으로 뛰기위해 신발끈을 바짝 조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