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눈
미야베 미유키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50이라는 주제로 개성강하고 뛰어난 일본의 미스터리 작가들이 모였다.

왠지 음습하고 끈적끈적한 어두움을 가지고 있는 일본미스터리의 특징을 잘살린 작품의 모음집이랄까.

 



 

향후 일본의 문단을 끌어갈 후배작가들에게 본보기가 될만한 9편의 단편들은 소재부터가 무척이다 독특하다.

'****'이라고 표현되는 기괴한 존재가 50토막으로 절단되어 태워진 사건에서는 대강 인간과 비슷하지만

각가의 머리끝과 발바닥이 달라붙어 신체 전체가 '고리의 형태라고 짐작되는 그 무엇의 존재에 대해

지금까지도 궁금한 마음이 떠나지 않는다. 혹시 그것은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된 '악의 충동'이 아닐까.

 

노부부의 금혼식날 벌어진 살인에서는 자연의 '눈'을 이용한 시간차공격이 인상적이다.

어둠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드래곤'의 후계자가 되기 위해 신주쿠가 내려다 보이는 50층 빌딩 꼭대기방에서의

조우와 이상한'테스트'를 치르는 시시한 인간의 모습에서 악(惡)을 빌어서라도 이루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때로는 이런 무모한 욕망이 우리의 눈을 멀게하여 사기꾼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하지만..

 

영국이 무대가 되는 두편의 작품은 섬나라라는 비슷한 음험함이 겹쳐지고 가진자들에 의해 숨져간 영혼의 저주가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실현되는 순간에는 죄로서 값을 물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과 소외된 인간이 꿈을 향해

가는 동안 가장 큰 장애는 바로 인간의 편견임을 아프게 꼬집고 있다.

 

불꽃놀이에 갈 수 없는 연로한 할머니를 위해 억울한 누명을 쓰고도 자신의 선행을 밝힐 수 없는 어린 소년의

이야기에서는 미스터리물이라기 보다 한편의 아름다운 동화를 보는 듯했다.

"ISO 100이나 ISO 200 필름은 감광도가 높지만 피사체가 그다지 세밀하게 찍히지 않아 그래서 세밀한 표현을

하고 색도 선명하게 찍고 싶을 때에는 이렇게 50을 사용한단다.' -229p

오랜시간 깊은 눈으로 바라보고 가슴에 새기고 싶다면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마음을 활짝열어 긴시간 상대를

들여다 보는 것은 어떨까. 필름 50처럼 말이다.

 

인간의 생명을 흡수하여 만들어진 기괴한 '도박눈'은 인간의 탐욕과 헛된마음을 비집고 들어와 기생하는

요괴로 전통과 맞물려 가장 일본적이고 원색적인 미스터리를 연출하였다.

'惡'을 먹고 살아가는 '도박눈'은 숙주의 생명이 다할때까지 무한의 욕망을 지배하다가 새로운 숙주를 찾아

스며드는 무서운 존재이지만 결국 복을 빌고 안녕을 기원하는 배 모양의 장난감,이누하리코 50마리의 활약으로

사라지게 되고 은혜를 갚으려 자신을 포기하려 했던 한인간을 구원하게 된다.

선한 마음과 이웃의 따뜻한 사랑이 불멸일것 같은 요괴의 존재조차 사멸시킬 수 있다는 결말에 어딘가에서

시퍼런 눈으로 호시탐탐하고 숙주를 찾고 있는 또다른 '눈'에 대항할 한가닥 희망이 생긴 것 같다.

 

마지막 희망인 꿈을 찾아 도시로 온 사내의 전재산을 소매치기한 범인이 자신이 훔친 물건때문에 죄값을

치르게 되는 '하늘이 보낸 고양이'에서는 인과응보의 원칙이 살아있음에..안심하게 된다.

 

이렇듯 다양하고 독특한 일본식 미스터리는 인간의 내면을 깊에 들여다 볼 수 있는 돋보기가 아닌가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