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나서 반가워요. 당신과 내가 만난 건 우연이 아니랍니다.' -108p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은 산속이 피어있는 이름모를 꽃 한송이도 그냥 피어있는 것이 아니라고, 거대한 윤회의 수레바퀴속에서 이시간 이공간에 같이 살고 있는 우리모두는 인연의 가피를 받아 필연으로 함께하는 것임을 깨우치려는 글귀인듯 하다. 우리나라 방방곡곡 구석구석을 지키고 있는 수많은 미륵들이 지켜본 중생들의 모습을 속삭이듯 전하는 글들이 동화처럼 순수하기만 하다. 미욱한 중생을 구제할 미래의 부처를 일컫는 미륵은 과거와 현재의 우리의 삶을 지켜본 거울이기도 하려니와 언젠가 업(karma)의 고리를 끊어줄 희망의 메신저이기도 하다. 진흙탕같은 세상에서 오욕칠정에 허우적거리는 인간의 모습을 맑은 눈으로 지켜보는 미륵의 눈은 마치 자애로운 할아버지의 가르침처럼 따뜻하고 소중하기만 하다. '하루라후 사는 게 기적인가요 놀라지 마세요 나도 그래요 태어난 것도 부모 손에 자라는 것도 눈코입 손발이 있는 것도 밥 먹고 사는 것도 소화 잘 시키는 것도 혼인하는 것도 자식 두는 것도 모두 기적이었어요' -180p 생각해보니 미륵의 눈으로 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은 기적의 연속이었다. 인간의 몸을 빌어 태어나 이렇게 살아가는 일도 이책으로 미륵을 만나는 일도 기적이 아닌 일들이 없었던 것이다. 채워지지 않는 갈망으로 불행하고 용서하지 못한 미움으로 절망하기 보다 살아있음을 감사하고 더 나누지 못했음을 속죄하고 가진 것들을 되돌아보는 시간들을 갖지 못했음이 부끄러워졌다. 자신앞에서 가족들의 건강과 부귀를 빌고 더 달라고만 비는 중생들을 보면서 미륵은 얼마나 피곤했을까. 귀가 멍멍하고 가슴이 답답했을 것이다. 하긴 적지만 나누겠다고 지금도 충분히 감사하다고 기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이가 많든 적든 부자든 가난한자든 저마다 고민이 있다. 얼핏 하잘것 없는 아픔도 당사자에게는 죽을만큼 고통일 수도 있는 그런저런 사연들 말이다. 하지만 미륵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우리자신은 바로 기적 그 자체임을 알게 해준다. '아무 걱정 말아요. 괜찮아요/정말 괜찮아요/좋은 일이 일어나요/참으로 기쁜 날이에요' 그래서 불신과 미움으로 방황하는 우리들이 정작 화해해야 할 것은 바로'자신'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마음길잡이'의 안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