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 노희경 원작소설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아들이 아버지를 죽여 비닐에 꽁꽁 싸서 집안에 두었다가 한참만에야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연이어 들려왔다. 술주정이 심한 아버지였다고 했다.

한순간 분노가 치밀어 올라 우발적인 사고였다고 해도 시신을 그렇게 방치하고 더구나

한집에서 태연하게 살았다니...인면수심의 극치를 변명할 도리는 없을 것이다.

온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면 이런 존속살인이 더 많아진다거나 남보다 못한 가족들로 하여

상처받은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우리는 이렇듯 남보다 피를 나눈 가족에게 더 많은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는다.

아니 무조건이라는 전제가 붙어있어야 할 관계에 사소한 무관심조차 커다란 상처가 될 수 있는게

가족이란 뜻이 더 정확할 것이다.

 

소 닭보듯 사는내내 떨떠름하고 권위만 내세웠던 남편도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불법적인 사랑을

꿈꾸고 있는 딸도 재수한답시고 유세나 부리던 골치덩어리 아들녀석도 평생 베풀기만 하다가

죽음을 맞게된 엄마앞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다. 너무 늦었지만..

매서운 시집살이를 시키던 시어머니는 이제 치매로 정신줄을 놓아버려 끝내 엄마를 붙잡고 있었지만

삶의 끈은 서서히 엄마의 영혼을 놓아버리려 하고 있다.

그녀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어린나이에 부모를 잃고 남겨진 동생을 업어서 키웠다는 것과

자라서 노름꾼이 된 그 남동생에게 남편몰래 돈을 건네줬다는 것뿐이었다.

마지막 죽는 순간까지도 남아야 할 가족들을 위해 무시무시한 통증과 싸우며 자신의 삶을 무지막지

침투해 들어오는 죽음마저도 기꺼이 받아들이는 그녀는 도무지 이렇게 죽어야 할 사람이 아니었다.

 

이제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긴여행을 떠나기 앞서 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기로 한다.

지나온 무심한 시간들을 거슬어 미처 주지못한 것들을 꺼내어 서로에게 내어주기로 한다.

미움도 오만도 무관심도 이기심도 모두 내려놓고 사랑만 건져올린 아름다운 이별식을...

때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오는 죽음의 형태는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남아야 할 사람들은 가고 진즉 떠나야 할 사람들은 남는...저주스런 세상의 이치를 미욱한 나는 평생

알지못한 채 삶을 마감할 것이다.

 

쉰 일곱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엄마를 생각하며 집필내내 울었다는 작가의 마지막 말이

가슴아프게 전해져 온다. 하나님을 대신하여 세상에 오셨다는 '어머니'

내 삶이 비루하고 고단하여도 늘 내 삶의 전면에는 엄마가 가출한 딸을 기다리는 맘으로 서계실 것임을

믿는다. 젖을 먹이던 가슴이 이제는 허물어져 볼품없을지라도 이세상 그 어떤 적으로 부터 자식을 지키기

위해 망설임없이 최후까지 방패가 되어 줄 뜨거운 가슴이 되리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미안한 말 한마디를 하지 못했다고..바라건대 그대들은 부디 이런 기억 갖지 말라..고

당부하는 작가의 마지막 말이 내가슴을 후려치는 듯 하다.

영원히 철이 안든 자식들이여...지금이라도 이책을 읽을지어다. 눈물 쏙빼고 나면 그대들의 삶의 무게가

달라졌음을...그래서 여전히 살아계신 어머니가 곁에 계심을 찬양하게 될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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