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 화가의 하루
피에르 보스트 지음, 길우경 옮김 / 여백(여백미디어)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시간이 흐를수록 좋아지는 작품, 시간과 함게 이해를 더해가는 작품’ -142p

옮긴이의 말처럼 마무리에 언급된 노을빛처럼 누구도 감히 그림속에 담을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의 모습이 잔잔하게 펼쳐진 작품이다.

주말이면 집에 오는 아들가족들을 마중나가는 역까지의 거리가 8분에서 10분으로 다시 12분으로

늘어나고 있는 일흔여섯의 노화가 라드미랄의 가족과 인생의 이야기가 하루에 함축되어 그려져있다.

 



 

위대한 예술가로서의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소심한 아들 ’공자그’와 조용하면서도

현숙한 며느리 마리-테레즈와 14살과 11살의 손자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만큼 사랑스러운

막내손녀 5살배기 미레이유는 거의 매주 파리근교에 살고 있는 노화가를 방문한다.

주말아침 늦잠도 자지 못하고 멀미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이끌고 사랑하는 아버지를 방문하는

착한 아들 공자그는 늙어가는 아버지의 자존심을 지켜드리기 위해 목소리를 낮추고 비위를

맞춰드리곤 한다. 그림에 재능이 있는 아들이 아버지의 명성을 지켜주기 위해 그림을 그만두었을때에도

라드미날은 전혀 말리지 않았다. 아들은 또다른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걸까?

먼저 하늘나라로 가버린 늙은 아내대신 젊고 늘씬한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는 빛나는 그녀의 아름다움에

여전히 가슴이 설레는 묘한 사랑을 간직하고 있다. 하긴 시집가는 딸을 보며 사위를 미워하는 아버지도

있는 법이니 이해도 되지만 살짝 위험한 사랑이긴 하다.

그런 아버지가 부담스러워 독립한 그녀이지만 누구보다 아버지를 사랑하고 애틋한 마음을 보여주는

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누군가를 사랑하게된 그녀는 아버지의 품을 떠나려고 준비하고..

 



 

누구보다 아버지를 사랑하고 헌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들 공자그와 넘치는 열정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고 믿는 딸의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사랑스런 딸이 나타난 순간 찬밥이 되어버린 아들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하다.

하지만 이들이 한꺼번에 떠나가면 가정부인 메르세데스와 남겨질 늙은 아버지는 그리 탐탁지

않은 아들가족이 저녁을 먹고 늦게 일어서기를 바란다.

유명예술가로 명성을 날리고 훈장을 받은 노화가이지만 말년의 외로움은 어쩔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들가족과 딸이 떠나간 그길에 펼쳐진 노을을 보며 쓸쓸히 돌아서는 노화가의 어깨가 구부정하게 그려진다.

 

불과 하룻동안 일어난 한가족의 모습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느끼게된다.

여전히 늙어가고 있음을 인정할 수 없는 예술가의 쓸쓸한 노년과 그 시간을 지켜보는 자식들의 아쉬움,

간혹 라이벌처럼 마땅치않은 아들과 연인의 설레임을 주는 딸에게 보내는 이중적인 시선!

사춘기에 접어든 손자에게 느껴지던 사랑의 일렁임까지..

짧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아름다운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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