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당신이 맞다 - 두 번째 스무 살, 삶의 고비에 맞서는 인생 고수들의 이야기
이주형 지음, 김주원 사진 / 해냄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늘 다지고 되돌아 보지만 유독 마흔즈음 인생의 무게가 만만치 않게 느껴졌었다.

스무살에도 서른살에도 인생은 가볍지 않았지만 서른아홉이 저물어 가는 마지막날

보신각의 종소리를 들으면서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30대를 떠나보낸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기만 하다.

왜 그러했을까. 살아온 날...그리고 살아갈 날들중에 그저 하루였을 뿐일 그날이

잊혀지지 않는 것은 인생의 중반부와 후반부를 가르는 한페이지였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앞으로 다가올 오십, 육십의 무게감도 만만치 않겠지만 젊음을 마감하는 그 마지막 날은

더이상 맨몸으로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음을..시려운 현실에 누덕기운 덧옷이라도 입어야

함을 막연하게 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그 예감은 적중하여 이제 두터운 솜을 끼워넣은 옷을 겹쳐 입고도 차가운 현실의

냉랭함을 상대하기 버거운 10년의 세월들을 고스란히 지나오고야 말았다.

 

그래도 두 번째 스무 살...불혹의 고개에서 다가올 오년과 그다음 오년을 준비하기 위해

이런 책을 쓸 수 있다면 참 행복하겠다.

기사를 쓰던 기자의 글솜씨임에도 그동안 담아놓은 감성이 어찌나 충만했던지 웬만한 전업작가의

글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아니 어쩌면 객관적인 시선으로서 사물을 보아왔던 기자적인 시선이

오히려 적당한 간격을 둔 여유로움과 더불어 냉철함이 더 돋보인 작품이 나온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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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람들에게 알릴만한 인물들을 인터뷰하는 직업을 가진 저자가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다.

이제는 슬슬 자신보다 나이어린 명사들을 만날일이 생겨 '나는 그동안 뭘했나'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는 고백에 백번 공감하면서도 그들의 진솔한 삶을 들여다보고 가장 먼저 감동을

느낀 주인공이 될 수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말이다.

젊은 작가들에게 분발할 이유를 주시는 '박완서'작가로 부터 참스승은 죽었다고 믿었던 요즘

그리운 스승을 떠오르게 해주었던 줄리어드 음대 교수 강효와 찬바람 맞으며 식솔들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는 퀵서비스맨을 보면서 삶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는 노시인

고은의 모습까지..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을 나누었다는 것만으로도 질투심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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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의 메카 한국에서 고졸이라는 핸디캡에도 당당하게 일어선 디자이너 최범석의

성공기에서는 나도 저자처럼 어떤 호칭으로 그를 불러야 할지 멈칫했지만 사실 그가

적어도 나보다 스무살쯤 어리다는 사실이 더욱 멈칫거릴 수 밖에 없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이책의 제목처럼 '그래도 당신이 맞다'를 등에 업고 '그래도 아직 당신보다

나이든 명장들이 더 많다'를 자꾸 되뇌이면서 위안의 틈바구니를 찾게 된다.

재능이 있어야만 운동을 잘한다고 생각했던 내게 상대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더 많이

이겨야만 승리자가 된다는 사실과...실패 혹은 패배조차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었음을

이야기 하는 그들에게서 범상치 않은 인생고수들의 비법을 들은 것 같아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이렇듯 매일 준비안된 수험생이 받아드는 문제지처럼 막막한 현실에서 정답도 해답도

없는 캄캄한 인생에서 한줄기 빛처럼 다가온 이 '해법서'가 더욱 반갑기만 하다.

이책에 소개된 인물들의 뒤에는 순탄한 길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기에 수많은 고통과

실패를 마주한 시간들이 있었기에...비루했던 과거의 시간들도 성공으로 가는 또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음을 위안받을 수 있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눈길을 밟아 갈 자신이 없는 내게 그들이 걸었던 족적이나마

뒤쫓을수 있다면 남은 인생 그나마 건질 것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겠는가.

'그래도 당신이 맞다'니....떨어진 자신감을 주워올려 부지런히 쫓아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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