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펌프에서 물이 잘 나오지 아니할 때 물을 끌어 올리기 위하여 붓는 물 이 펌프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을까 싶다. 특히 대도시에서만 자란 사람들이라면 아스라한 기억 저편에 희미해졌을테니 말이다. 수돗물이 귀하던 시절 콸콸 시원하게 쏟아지던 물줄기가 눈에 선하다. 특히 이펌프물을 길어 올리려면 반드시 물 한바가지를 붓고 열심히 펌핑을 해야했었다. 아무리 저 밑바닥에 물이 그득해도 그 한바가지의 물을 넣지 않으면 물을 끌어 올릴 수가 없는 아주 특이한 구조로 이루어진 물긷는 도구랄까. 바로 그 물 한바가지가 '마중물'인 셈이다. 유독 몇년간 자기계발서들이 사랑을 많이 받아 왔었다. 사람 사는 일이 결코 쉽지 않으니 지름길이든 편한길이든 지도서 한두개쯤은 읽어봐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뜻일게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고 잘못하면 제대로 살아오지 못한 시간들을 질책하는 것으로도 여겨질 내용인데다 잘살아보자는 글들이 새로우면 얼마나 새롭겠는가. 하지만 '마중물'은 이런 편견을 여지없이 깨버린 소설형 자기계발서라고나 할까. 협소해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기술개발에 몰두하는 정수기 회사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위기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여러가지 모습을 통해 인생의 모든 철학이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갑자기 쓰러진 사장과 그의 아들, 그리고 늘 2인자의 자리에서 숨죽였던 사람과 위기에 빠진 회사를 버리고 더 나은 회사로 주저없이 이동하는 연구원들..그래도 그곁을 지키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숨가쁘고 감동스럽게 이어진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임을 서서히 깨달아 가는 주인공을 통해 이익만을 추구하는 요즘 세대에서 그래도 온전히 지켜야 할 덕목들이 오롯이 되살아 나는 과정을 보면서 이책의 제목처럼 한바가지의 '마중물'이 되어 깊은 곳의 물을 끌어 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얄팍한 인간의 마음으로 '신뢰'라는 열매를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알게 되었다. 마치 아래로 아래로 몸을 낮춰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순리대로 살아가야 함을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다. 역시 인간은 홀로 설수는 없는 법! 자신을 끌어주거나 받혀주는 사람들이 곁에 있는지 차분히 돌아볼 일이다. 만약 그런 친구들이 없다면 깊은 곳에 숨겨진 맑은 물들을 절대 끌어 올릴 수 없을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