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몽
황석영 지음 / 창비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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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격동기의 대표적 인물들의 삶이 숨가쁘게

펼쳐진 작품이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이던 기회주의의 틈은 있고 눈치빠른 이들을 동아줄을 잘 잡고 하늘로

올라간 오누이처럼 승천의 기회를 얻게 되어있다.

대한민국자본가들..특히 부동산재벌로 일컬어지는 부자들의 과거 행적을 보면 정치와 군부의

커넥션이 필수적 요소였다. 전후 재건의 망치소리가 울리기 시작할 무렵 막대한 이권의 배후에는

큰 그림을 그리고 결정하는 권력들과 커넥션을 운영하여 정치자금을 챙겼던 정치세력까지..

그야말로 한통속으로 이루어진 집단들의 몫이 될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소 뒷걸음치다 쥐꼬리 밟은 격의 우연한 부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탄탄하게 자리잡은

재벌들중에는 그시절 커넥션의 일원들이 많음을 우리는 알고있다.

'이제야 말할 수 있다'라고나 할까. 격동의 세월을 몸소 체험한 작가의 실전적 이야기들은

80%가 실화라는 작가의 말처럼 때로는 실명으로 때로는 짐작가능한 실존의 인물들의 삶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첩보원으로 미군정시절에는 정보원으로 활동하던 '김진'이란 인물이

가장 대표적인 기회주의자의 모습이다. 시작은 살아남기위한 선택 내지는 필연같은 운명이었다면

이어진 그의 행적은 권력의 깊숙한 내면에서 실리를 챙겼던 속물로서의 선택인 셈이다.

보잘 것 없는 태생에 배움도 짧았던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것이다.

물론 성실하게 노력한 만큼의 댓가로 평범한 생을 살아간 수많은 사람들에 비하면 선택받은 부류임에는

틀림없다.

자신의 자리를 이용하여 권력과 결탁하고 불우한 환경을 벗어나기 위해 술집마담이 되거나 깡패의

길을 선택한 사람들...그리고 그들이 돈탑을 쌓듯 지어올렸던 아파트단지에서 묵묵히 맨손으로 시멘트를

바르던 선량한 사람들의 삶이 40년 세월이 흐른 지금 어떻게 달라졌는지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과연 성실하게 바르게 착하게 살자고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을 것인가.

삼풍백화점붕괴사고는 그 백화점을 쌓아올렸던 사람들의 삶과 그안에서 숨져갔던 사람들의 일생이

극명하고 드러나고 또한 스러져간 기록의 시작이었다. 부의 상징같았던 그곳은 있는 사람들 뿐아니라

성실하게 살아가려했던 수많은 종업원들의 죽음도 있었다.

임정아처럼 말이다. 그녀의 외침이 내마음을 크게 울린다.

 

'여기 사람있어요' 그렇다. 권력의 가장 밑바닥 그들을 떠받히고 살아가는 무수한 선량한 사람들이

있음을..우리도 사람이라고..돌아봐달라고 외치는 것 같아 차마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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