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냄새는 이것과 달라, 토미. 아프리카는 굶주림의 냄새가 진동하지. 그건 죽은 아이들의 냄새야. 썩은 오물과 진창의 냄새. 피와 고름이 흐르는 상처의 냄새. 그런게 아프리카의 냄새란다.' -46p 아프리카를 떠올리면 나도 이런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고 여전히 원시의 흔적이 남아있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 그곳은 우리 인간이 언젠가는 돌아갈 천연의 대륙으로 남아 있어야 할 마지막 땅이 아니던가. 하지만 이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극의 이야기들은 과연 누구의 잘못이란 말인가. 아프리카땅을 제외한 곳에서 굶고 있는 아이들보다 더 많은 아이들이 굶어죽어가고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눈 학살의 현장이기도 하며 온갖 질병과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그곳의 일들이 과연 신(神)의 저주와 그들의 잘못이기만 한것일까 심심치않게 들려오는 소말리아 해적의 횡포는 이제 먼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의 해군이 이곳을 지나는 우리선박을 보호해야 할 만큼 심각한 지경에 이른 소말리아의 그 바다에서 벌어지는 다섯 소년소녀들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코뿔소의 뿔처럼 불쑥 튀어나온 모양 때문에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불리는 그 땅은 지금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악(惡)이 펼쳐지는 지옥 그자체이다. 열 세살 어린나이에 폭풍에 아버지를 잃은 토미, 부모의 반대로 사랑하는 이와 떨어져 억지로 끌려오다시피한 에이미, 태어난 순간부터 전쟁에 휩쓸려 버려 고향도 부모도 기억할 수 없는 오마르와 타렉, 그리고 이들의 운명을 묘하게 이어주는 신비의 소녀 누리아. 탐욕스런 외세만 범하지 않았다면 평화로왔을 그땅에서 과연 무엇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오로지 생존을 위해 방향도 없이 헤매던 세아이들과 어쩌면 평생 이땅의 불운이 아무 상관도 없었을 두 아이가 운명처럼 만난곳은 구호의 깃발아래 숨겨진 총과 폭탄이 함께한 곳이었다. 미국의 지지를 받는 정부군과 맞서는 '블랙샤크'는 과연 적군인가 아군인가. 결국은 미국도 블랙샤크도 소말리아의 불행을 해결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어른들이 저질러 놓은 피의 수렁에서도 맑은 영혼으로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아 희망의 메세지를 전해준 것은 이 다섯명의 소년소녀들이었다. 자신의 목숨과 희망찬 미래를 던져버리고 결국은 조국으로 되돌아 가는 오마르와 누리아가 그땅을 밝히는 등대가 되기를...그래서 길을 잃은 아프리카의 모든 사람들이 밝은 세상으로 스스로 걸어 나올수 있기만을 기도해보는 나역시 요리사 허브 카터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과 비겁함에 침묵할 밖에. '우리 시대의 불운은, 누가 악인이고 누가 선한 자인지 더이상 구분이 불가능해졌다는 점이야.' -122p '희망이야, 토미. 우리에게 남은 전부는 오직 희망뿐인 거야. 언젠가는 더 좋은 날이 오리라는 희망.' -123p 하지만 나역시도 그 좋은 날이 오기 전에 모든 것이 최악으로 나빠지는 시대가 먼저 도래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지금 보다 훨씬 더 나쁜 그런 시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