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노트북
제임스 A. 레바인 지음, 홍성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어디까지 악(惡)할수 있을 것인가!

이책을 읽는 내내 이런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직 피워보지도 못한 여린 꽃잎을 훝어내리는 무자비한 폭력은

지금도 여전히 우리가 살고 있는 이세상 어디에선가 저질러지고 있고

때론 무관심하게 때로는 알고도 모르는 척 눈감은 채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아홉살인 소녀를 윤락가에 팔아넘긴 부모의 무지와 처지도 화가나지만

성노리개가 되어가는 과정속에 등장하는 포주들과 욕정을 채우기위해 딸이나 손녀같은

아이를 찾는 남자들의 몸뚱아리가 더럽게만 느껴진다.

사회학적으로 보면 성을 해소할 곳이 없어지면 성폭력이 늘어나고 범죄가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고 한다. 성(性)을 사고파는 곳을 합법한 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같은 곳을

보면 오히려 음지에 숨어있는 윤락가에 비해 더 깨끗하고 문제가 없다는 보고도 있다.

필요악(惡)이라면...차라리 양지로 끌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정당하게(?) 제공하고 스스로의 조그만 자존감이나마 지킬 수 있다면 이렇게 음지에서

피어보지도 못하고 지는 여린꽃들은 없어질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슬픔을 상징하는 '블루'노트북은 아름다운 소녀 바툭의 눈물과 상상이 숨어있는 가슴아픈

비망록이다. 무슨 이유인지도 알지 못한 채 고향에서 떠나와 도시에서 버려진 어린 소녀!

물론 가난이 원인이었을게다. 하지만 제자식을 팔아 넘기고 밥이 입에 넘어갔을까.

회색눈의 표범이라고 그렇게 사랑했던 딸아이는 창살안에서달콤한 케잌을 굽는다는 표현으로

몸을 파는일을 미화시키면서 썩어가고 있는데... 경매에 부친 물건처럼 상품이 되어 시장바닥에

널린 어린소녀의 상처입은 영혼을 과연 그들이 알기나 알것인가.

 



 

온갖일들이 다 일어난다는 불가사의의 나라 인도의 일만은 아닐것이다.

얼마전 영화로도 제작된 '어둠의 아이들'에서 처럼 태국에서도 아프리카에서도 이런 폭력들은

지금 이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이한 이력을 가진 과학자이며 의사인 저자가 인도의 뭄바이의 사창가에서 만난 바툭이라는

소녀가 무지갯빛 찬연한 분홍색 사리를 입고 짙푸른 철문에 기대 앉아 푸른 공책에 무언가를

열심히 쓰고 있었던 그 가슴아픈 이야기들은 소설이 아닌 실화 그자체이다.

문맹률 높은 국가에서 더구나 인권사각지대인 사창가에서 '글을 쓰는 어린 창녀'라니..

바툭은 그 지옥과도 같은 굴속에서 푸른노트위에 환상의 나라를 만들고 공주가 되어 훨훨

날아 오른다.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벗어나지 못한 그 지옥에서 그렇게 나마 벗어나기 위해..

결국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작가의 죄책감이 이 참담한 보고서를 쓰게한 것 같다.

이렇게 해주지 않으면 한때 몸과 영혼이 아름다웠던 '바툭'이란 소녀를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것이므로..

바툭! 여전히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했니? 죽을때까지 참담한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이렇게 멀리서나마 너의 이름을 불러주고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달라고 한다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까? 이제 불행과 어둠의 '블루노트'가 아닌 사랑과 행복만을 쓸 수 있는 예쁜

'핑크노트'가 네 머리맡에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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