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의 시간을 지닌 조선의 역사에서 당쟁이 없었다면 좀 더 생명이 길지 않았을까. 아니 어차피 국제정세에 휘말려 존속이 어렵다고 했더라도 일본이나 청이 노릴 수 없을만큼 강대국이 되지 않았을까. 세종대왕과 같은 성군이 몇명만 더했더라면 분명 조선의 역사를 다르게 쓰여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게 내 믿음이다. 성군은 하늘에서 낸다는 말이 맞는지 인간들의 끝없는 탐욕으로 인해 날개를 펴지못한 소현세자나 뒤주에 갇혀죽은 사도세자의 죽음은 그런점에서 너무도 안타까운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만인지상인 임금도 어쩌지 못했던 당쟁의 희생양으로는 단연 사도세자를 꼽을 수 있으리라. 더구나 친아버지에 의해 드라마틱한 삶을 마감해야 했으니 죽어서도 저승길이 어찌 들었을지 지금도 가슴이 먹먹해 온다. 아버지 영조는 뒤에 두고두고 자식을 죽인 죄책감에 시달렸다니 가장 오랫동안 왕위를 지키고 최장수의 삶을 누린 그의 일생이 홍복이기만 했겠는가. 영민하여 성군의 자질을 가졌다는 사도세자의 죽음에는 여전히 명백한 것이 많지 않다. 그래서인지 조선의 르네상스라고 표현되는 영,정조시대의 틈에서 사라져간 사도세자에 대한 작품은 후세의 많은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냉정했던 영조와는 달리 부성애가 강하고 현명했던 사도세자의 죽음의 미스터리를 파헤친 '사도세자 암살 미스터리 3일'이라는 작품은 그런점에서 신선한 기운이 느껴진다. 자신의 측근들이 연이어 살해되면서 서서히 자신을 조여오는 죽음의 세력과 맞서야 했던 사도세자의 고독한 싸움이 시작된다! 죽은자들의 입에 물려있던 귀룽나무가지의 뜻은 무엇인가? 죽은 자의 곁에서 발견된 호작도의 비밀은? 암호문처럼 나열된 글자의 비밀은 또한 무엇인가? 마치 미드의 CSI의 활약상을 보는듯 민첩하고 의로운 유문승과 원찬식은 과연 이 비밀들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 뿌옇기만 한 안개가 서서히 걷혀지듯이 점차 선명해지는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이 연쇄살인의 목적은 무엇인가? 왕을 능가하는 거대한 세력에 과연 영조는 무관하기만 한 것일까... 도무지 책을 놓을 수 없는 긴박감에 폭염의 기세도 느낄 수 없다. 역사에 얼마나 근접한 결론이 나올지 모르지만 억울하게 죽어간 사도세자의 한(恨)은 어쩌면 이 한권의 책으로 조금쯤은 풀릴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