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돈을 쓸 것인가도 무척이나 중요하다. 몇년째 불황이 계속되는데다가 월급은 제자리걸음이니 적자가 나지 않으려면 살림법에 대한 교과서라도 있어야 할판이다. 마침 오랫동안 MD(상품계획구매,판매자)로 활동했던 이부장의 전략서가 바로 이런 갈망을 해소시켜줄만한 책인듯 싶다. 시끌벅적한 재래장터의 번잡함을 싫어하여 잘 정리되고 쾌적한 백화점이나 대형 할인매장을 선호하는 요즘 세대에서는 ’흥정’이라는 전략이 필요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부장의 고견을 들어보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다. 하기는 매대에 적혀있는 가격이 날짜에 따라, 시간대에 따라 달라진다는것은 얼핏 알고 있었던 일이었다. 하지만 이부장의 호언처럼 과연 ’흥정’이 가능할 것인가. 그렇다면 누구를 붙들고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가. 계산대의 직원? 매대를 정리하는 직원? 상품군별로 매니저가 있다니 만나기 힘든 점장보다는 바로 이 매니저를 찾아야 한단다. 물론 라면 한봉지를 들고 흥정을 할수는 없는 노릇일 것이다. 그것 뿐만이 아니다. 매달 25일이후 할당목표액에 목마른 시간대를 골라서 간다면 할인폭도 큰 모양이다. 이렇듯 ’흥정’이라는 엄두를 가질수도 없었던 매장에도 ’틈’이 있단다. 이부장의 말처럼 몸담았던 유통업계의 노하우,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뒷얘기를 공개하는 것이 꽤나 부담스러웠겠다. 장사치는 10원을 보고 백리를 간다는데.. 업계에서 보면 이문을 깎아먹는 비법을 공개하겠다는 것이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6개월, 1년 넘어도 쓰지 않는 물건이라면 과감히 털어버리라는 조언에는 공감을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맘에 집 구석구석 쌓아놓은 헌물건들을 보자니 한번쯤 용기를 내어 벼룩시장이라도 열어볼 마음이 생긴다. 산 가격의 40%이상만 챙겨도 구석에서 먼지만 뒤집어 쓰고 늙히는 것보다는 남는 장사가 아닐까 싶다. 그가 작성한 중고물품판매문구를 보니 고도의 전략이 느껴진다. 왜 샀는가, 누구에게, 언제, 어디서 팔 것인가?, 상품성9가지 항목까지... 확실히 전문가의 포스가 그대로 드러난다. 작아서 못신고 있는 신발에 날개를 달아줄일만 남았다. ’소비가 미덕이다’라는 시대는 지났다. 물론 소비가 있어야 창출도 있는법이니 지나친 소비억제가 능사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부장의 조언처럼 ’흥정’하고 정보를 충분히 나누면서 현명한 소비를 한다면 원하던 물건을 싸게 사고 뿌듯함까지 보너스로 얻을 수 있을 것같다. 화통한 이부장의 팁대로라면 괜찮은 홈쇼핑이나 인터넷몰에 직원하나쯤은 사귀어둬야 할 것 같다. ’직원가’를 알고 나면 편하게 쇼핑하는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다는 이부장이 부인처럼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싸게 살 수만 있다면 이부장이 근무한다는 회사로 찾아는 못가겠는가. 하지만 이렇듯 노하우를 마구 쏟아내었으니 이업계에서 찬밥이 되는 것은 아닐지.. 혹은 이책을 읽은 독자들이 그를 너무 많이 귀찮게 하지는 않을지..괜히 걱정스럽다. 잘 사고 잘 팔아서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