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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도
김정현 지음 / 역사와사람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지금 내삶을 잡아주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결코 혼자 설수 없어 서로 기대고 있는 글자가 인(人)이라고 하던가.
생명을 주신 부모님으로부터 피를 나눈 형제들에, 또한 나를 통해 이세상에 온 자식들과
어디 피를 나눈 사람들 뿐이겠는가. 단지 같은 시간을 살고 있다는 이유로 만난 친구들까지..
이렇듯 지금 이세상에 나를 붙들어준 인연들은 한둘이 아니다.
무심히 조합된 만난인듯 하지만 어쩌면 예정된 인연들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내삶의 바닥에는 이 모든사람들의 배려와 사랑이 같이하고 있다는 일들이
감사하기만 하다.
아주 오래전에 '아버지'란 소설로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던 작가의 가슴따뜻한 이야기를
보면서 화려하지 않지만 정성껏 차려진 고향의 밥상을 마주한 느낌이다.
텃밭에서 잘 길러낸 푸성귀로 나물을 무치고 숙성된 장으로 보글보글 끓여낸 토장국이 차려진
소박한 상차림...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 말갛게 헹구어서 널려진 흰 옥양목의 바삭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도 하고..
한고향마을에서 어울려 살았던 동무들...가난한 집 아이였든 조금 불편하게 살았던 아이였든
서로가 벌거벗고 속살을 보여주었던 남자들이 중년이 되기까지 지나왔던 질곡의 시간들이
펼쳐지고 도착점은 다르지만 결코 묻어버리지 못했던 기억들이 모아진다.
"36.5도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것이었다면 우린 누구도 사랑을 할 수 없었을거야."
더운 여름에도 뜨거워지지 않고 추운 겨울에도 차가와지지 않는 사랑의 절대온도!
때로는 식어가는 삶의 열정을 붙들기 위해 우리는 연인에게서..친구에게 손을 내민다.
사랑으로 너무 충분하다고 믿었던 인하와 가경에게도..
성공만을 향해 주변을 돌아보지 못했던 수혁에게도..
서로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음을 알게해준 눈물겨운 진실들!
이제 멀리 흩어져 있어도 고스란히 전해질것만 같은 그들의 따뜻한 체온들이 있어
남은 시간들은 더이상 외롭지 않을 것만 같다.
지난 시간동안 혹시 벽을 쌓고 자신을 가두었다면 이제는 벽을 허물고 감춰진
마음들을 나누고 서로의 체온들을 나눌것이다.
오랜만에 맘이 맞는 친구와 고향집 마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난 것 같은
편안한 포만감이 느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