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랜덤 워크 - 영화와 음악으로 쓴 이 남자의 솔직 유쾌한 다이어리
김태훈 지음 / 링거스그룹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천호동 재개봉 영화관 골목을 드나들던 까까머리 학생이 있었다. 이장호감독의 '무릎과 무릎사이'를

최고의 걸작이라고 믿었고 그후로도 온갖 부인시리즈의 에로물을 탐닉했던 그는 도대체 커서 뭐가 되었을까.

 



 

애시당초 싹수가 없어보이던 그는 '팝 칼럼니스트'란 속박없는 자유인이 되어 정신업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직업을 검색해도 딱 이거다 말해주지 않는 요상한 직업을 가진 남자는 사방팔방 못하는 게 없는 마당발을

하고 이효리보다 100배는 바쁘고 돈은 100분의 1밖에 못벌면서도 헤벌죽 좋아라 잘 살아가고 있다.

우리나이 마흔을 훌쩍넘었거만 아직도 미혼의 딱지를 떼지못한 채 여전히 자신의 삶을 코디네이터하고 있는

'엄마'로 부터 독립을 꿈꾸면서 술을 끊느니 삶을 끊겠노라는 협박을 일삼으면서 주인잘못만난 '위'의 하소연도

무시한 채 오늘도 여전히 위스키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는것이 많으면 먹고 싶은것도 많다는데..이 친구 먹고싶은게 하필이면 술과 담배란다.

그래도 책의 첫머리에 '나의 가장 좋으신 친구이신 하나님과 사랑하는 어머니께'라며 한껏 어리광을

부려놓았다. 암벽등반에 스킨스쿠버에 스키에..그의 어머니 말마따나 '우리집 늙은 공수부대'소리가

귀에 거슬리지도 않는지 여전히 다중 취미생활에 푹빠져 지내고 있는 모양이다.

하기는 그렇게 할일이 많으니 여자 만날 시간이 있었겠는가. 늙은 어머니께 사랑한다고만 말하지

말고 손주라도 안겨드리려면 다중 취미생활을 다이어트해야 하지 않을까. 나하나만을 집중해서

바라보는 사랑도 지치고 심심해서 이혼한다는데...그는 앞으로 어떤 길에서 늦게 온 사랑을 만날것인지

궁금하다.

매주 토요일 '영화가 좋다'에서 키득거리며 맛깔나게 나를 웃겨주는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니 참으로

여문사람이다. 언뜻보면 천하태평인 얼굴과는 다르게 그가 만나는 영화나 음악은 사랑이 되기도 하고

추억이 되기도 하며 자신의 차에도 없는 네비게이션이 되기도 하고..그리고

그의 삶이 예사롭지 않았던 자양분이 되었다.

단순하면 어땠을까. 그저 무심하게 지나쳐 버렸다면 그도 꼬물거리는 아이들의 아빠가 되어

상사와 불화하지 않고 사표를 던지지도 않았을 것이며 부지런히 새벽차를 타고 밥을 벌러 다니는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는데..

어떤 삶이 성공인지..의미가 있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다만 무지하고 단순하여 놓치고 살았던 일들을 붙잡아 놓고 흥정하는 그가 있어 잃어버린 삶의 조각들을

맞출 수 있어 행복하다. 고뇌는 당신이 하시라. 나는 즐기겠노라.

 

"평론가들은 왜 그렇게 장르에 집착합니까?"

"밥먹고 살아야 하니 그렇게라도 구획 정리를 하고 시비를 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141p

 

경쾌한 명답이다. 혹시 이남자..얽히고 섥힌 우리 삶도 깔끔하게 구획정리해주지 않을까?

 



'어영부영하다 내 이럴줄 알았다' -버나드 쇼의 묘비명

'괜히 왔다 간다' -중광스님의 묘비명

 

과연 김태훈의 묘비명이 무엇이 될런지..

'너무 아는게 많아서 술이 고팠던 남자 정신없이 살다가 미처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르고 있다'

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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