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일본의 알몸을 훔쳐보다 1.2 세트 - 전2권
시미즈 이사오 지음, 한일비교문화연구센터 옮김 / 어문학사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1868년 연호를 메이지(明治)로 고치고 이듬해 수도 에도를 도쿄로 개명한 일본은 봉건시대의 막을 내리고

근대의 시작을 열게된다. 외국의 새로운 문물이 쏟아져 들어오고 수많은 외국인들도 일본에 들어오게 된다.

서로 다른 문화가 충돌하고 뒤섞이는 시기에 프랑스인 화가 조르주 페르디낭 비고(1860~1927)는

일본에 건너와 18년동안 생활하면서 수많은 잡지와 화집을 출간하였다.

비고가 일본옷을 입고 상투를 튼 모습이 이채롭게 느껴진다.

 



 

외국인의 눈으로 들여다 본 일본의 생생한 모습들을 날카롭고 재치있는 스케치로 풀어낸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인 자신들이 미처 보지못했던 일상들에 슬며시 웃음이 비어져 나온다.

자본주의의 도래로 빈부의 격차가 생기고 군국주의의 산물인 군인들이 등장하면서 비고의 그림속에

메이지의 정치가, 고위관료나 상인들...군인들과 그들을 상대로 먹고 사는 게이샤들의 모습들을 많이 그리게 된다.

비고의 그림들은 사진에서 느낄수 없는 위트와 익살까지 녹아있어 긴설명이 필요없이도 그시대의 일본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우리와는 사뭇 다른 창부문화의 발달과 그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게이샤의 하루'와 같은 화집은 남녀혼욕이나

관음문화같은 일본의 개방적인 성(性)문화가 별 거부감없이 다가올 수 있었던 것은 비고의 유머감각이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남자들의 훈도시가 우습기도 하고 낯이 뜨거워지기도 하지만 습하고 더운 일본의 환경에서는

알맞은 옷차림새였을 것이고 그시절 선진국의 자부심이 있었던 프랑스인 비고의 눈에도 그렇게 비쳐진듯 하다.

 

일본인 아내와의 사이에 아들하나를 두고 18년이나 일본에서 생활했던 비고가 이혼을 하고 고국인 프랑스로

되돌아올수 밖에 없었던 것은 '영국이 하는 말만 좇아 몸에 맞지 않는 작은 옷을 입고 아파서 우는 일본'이나

'영국의 총알받이가 되어 조심조심 러시아에 대항하려는 일본'과 같은  만화를 출간하고서 비고를 압박했던

일본 관헌 당국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와 집필활동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었으리라.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화가로서만이 아니라 저널리스트로서의 비고의 고뇌가 느껴져온다.

 



 

귀국후에도 대나무를 심고 자그마한 일본식 정원을 만들고 이따금 일본 기모노를 입었다던 그의 일상에서 그가 얼마나

일본을 그리워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제정세속에 일본의 상황을 정확히 짚어내고 그시대의 일본을 그려낸 화집이

엄청났다는 것도 역시 그의 애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정작 일본인들은 감추고 싶었을 과거의 모습조차 해학으로 풀어낸 그의 기지 덕분에 단순히 역사적인 사실만을

기록하는 사진과는 다른 진솔한 일본의 모습을 들여다 볼수 있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제목 그대로 일본의 알몸을 훔쳐본것만 같아 이웃인 우리는 즐거웠지만 비고가 우리나라를 그렸다면 어떤모습으로

스케치를 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때도 지금처럼 웃기만 할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이라도 불쑥 튀어나올것만 같은 생생함과 위트가 녹아있는 그림을 그린 그의 재능이 놀랍기만 하다.

가깝고도 먼나라라는 일본의 알몸을 들여다 보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선택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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