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날의 깨달음 - 하버드에서의 출가 그 후 10년
혜민 (慧敏)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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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에서 슬쩍 옷깃만을 스치는 인연이라도 몇백겁 전생의 인연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미리 작정한 일도 아니었건만 부처님 오신날 빼어든 책이 바로 이책이다.

혹 전생에 혜민스님과 나의 맘남은 테벳의 린포체스님과 혜민의 인연처럼 예정된 일들은 아니었을까.

우연히 미국의 버클리대학 교정에서 마주친 인연으로만 불가에 귀의했으랴 싶지만 린포체 스님은

일부러 그곳에서 혜민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전생으로부터 부처님의 가르침과 인연이 깊다 했으니 혜안이 밝으신 큰스님이 그의 인생 길목에서

당연한듯 그를 맞으셨을거라고 믿어지는 것이다.

 

책의 제목에 하버드가 붙는 것 만으로도 학력 지상주의의 위선처럼 느껴져 부끄러웠다는 서문처럼

부처를 모시는 승가의 사람이 떡허니 뉴욕의 성베드로 성당안에서 찍은 사진을 표지로 삼은 것만으로

이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그대로 전해진다.

위선적이고 공격적이고 포장되어진 종교가 아닌 날 그대로 순수의 말씀을 전하고픈 간절함.

아마 그것이었을게다. 귀여운 담쟁이 아이비가 한국에서는 지상최대의 목표가 되는 미국대학의 상징이

되었고 쉬운듯 말하지만 한때는 그곳에 적을 두었던 스님이 절로 들어간 까닭은?

 

'한 생을 끝없이 분투만 하다가 죽음을 맞이하기 싫어서였다. 무조건 성공만을 위해서 끝없는 경쟁만

하다가 나중에 죽음을 맞게 되면 얼마나 허탈할까 하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성공의 잣대에 올라가 다른 사람들에게 비칠 나의 모습을 염려하면서 그들의 기준점과

기대치를 만족시키기 위해 왜 그래야 하는지도 모르고 평생을 헐떡거리며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40p

 

그가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하버드와 버클리를 떨치고 승복을 입은 이유이다.

 

우리는 미욱하여 평생 죽지않고 살것처럼 오만하고 흔하게 말하는 성공을 위해 정신없이 뛰고 때로는

약자를 짓밟고 올라서는 일을 서슴치 않는다. 이세상에 태어난 이상 최고의 자리에 올라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온갖것들을 누리고 간다는 것이 죄가 될 수는 없다. 그리고 그렇게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행복하고 아무 문제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고 믿으면서 살고 있는데...스님은 우리가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어쩌면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보고 느끼신게 아닐까.

그렇다고 속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모두 속물은 아니잖는가.

별반 성공한 인생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나는 고민없었던 삶이 문득 부끄러워 이렇게 항변해본다.

 

스님은 그길로 가기까지 지었던 죄업에 대해...말로..또는 마음으로 지은 업보를 끄집어 내신다.

어느 날 문득 스님의 방에 찾아든 낯선 벌레처럼 우리곁에 있지만 알려고 하지 않았던 수많은 존재들과

그들에게 무관심으로..혹은 오만으로 지었던 죄를 더이상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미국인들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는 뉴욕 한복판에서 회색의 승복을 입고 주눅들기는 커녕 환한

웃음으로 거리를 밝히고 있는 스님의 모습에서 평화가 느껴진다.

어디에든 천국이 있고 지옥이 있고 지천이 친구이고 적(適)인 세상에서 극락으로 가는 열쇠는 모두

내안에 있다는 것을 스님은 조용히 일깨워 주신다.

마음을 열어 상대를 보면 그역시 나를 그렇게 봐줄것임을 믿고 때로는 한 발자욱 떨어져 자신을 보라고

타일러 주신다. 스님의 미소속에는 산위에 절이 있고 풍경소리가 있고 깨달음이 있다.

 

때로는 인간의 마음으로 속가의 동생을 떠올리고 말도 없이 떠나간 보살님의 무책임에 화가 난 모습을

보이는 장면에서는 오히려 내곁에 있는 보통의 이웃같아서 친근하기만 할 뿐 스님의 솔직함이 티끌도

되지 못한다. 어려서 담임선생님이 해주셨다는 그말씀에 내맘도 따뜻한 물결이 밀려든다.

 

'얘들아, 너희들이 어른이 되면 정해진 규칙만 보고 사람을 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하지 마라. 그리고

사람이 실수를 했어도 때에 따라서는 큰 아량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거라.'

'너는 앞으로 공부도 잘하고 다른 친구들에게 모범이 되며, 나중에는 훌륭한 사람이 될 것이라는 것을

선생님은 믿는다' -139p, 143p

 


 
내삶에도 누군가 인생을 바꿔줄 한마디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미욱한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수도..

선생님의 말한마디를 양분삼아 이렇듯 크게 성장하신 스님의 일대기가 바로 내인생의 싸인(sign)일지도

모르겠다. 진흙탕 같았던 삶에서도 고귀한 연꽃이 피어날 수 있음을 바로 오늘 부처가 오신날 내게

전하려고 오신지도 모를 일이다. 전생에 내게 지신 전생의 빚을 갚으시려고. 오늘 스님이 내마음에 등을 켜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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