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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저를 살렸습니다
최준영 지음 / 자연과인문 / 2010년 3월
평점 :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때로는 한권의 책이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한권의 책이 자신의 미래를 바꾸었노라고 말하고 적극적으로 책을 권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책은 우리에게 지식과 깨달음과 비전을 전해주는 중요한 메신저입니다.
이세상에 태어난 사람들 모두 성공한 인생을 살고싶어합니다.
실패하고 뒤처지고 결국은 노숙자신세가 되는것을 원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팔자때문인지...노력이 부족한 때문인지..그들은 길에 서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루 잘곳과 먹을것을 걱정하면서 더러운 몸과 절망을 숨기지 못한채 그늘로 숨어둔 사람들..
그들에게 천원은 추위와 절망을, 부끄러움을 감추는 소주가 되고 따뜻한 물을 하루를 버티는 컵라면이
되기도 합니다. 정신은 죽어가는데...먹어야 하는 본능은 더 치열해서 하루 한끼를 제공해주는 자선단체의
밥차를 네시간전부터 기다려야 하는 현실이 무섭기만 합니다.
확실히 세상은 살기가 좋아졌습니다. 집도 많아지고 차도 많아지고 아이들은 배고픔이라는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밥도 못먹었던 시절 이야기를 하면 라면이나 피자를 먹지 그랬냐고 생뚱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요즘에 굶어죽는 사람이 어디있냐고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냐고 물어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질은 풍요롭고 정신은 삭막한 현실에서 단순히 가난해서 밥을 못먹었던 예전의 거지보다도 못한 사람들도
넘쳐나고 있습니다. 아마 보도가 많이 되지 않아서 그렇지 스스로 목숨을 놓는 사람들도 많은것 같습니다.
LA 다운타운을 새벽에 지나오면서 인도에 가지런하게 펼쳐져있던 이상한 물체들을 유심히 본적이 있습니다.
그 긴 길에 누워있었던 수많은 노숙자들...세계제일의 미국에서도 노숙자들이 넘칩니다. 더구나 이들은
고학력자가 많습니다. 사회보장제도가 잘되어 식사는 무료로 제공되는곳이 많습니다. 물론 실업급여나
최소한의 생계비도 지원됩니다. 그럼에도 노숙자들이 넘치는 이유는 마약때문이라지요.
우리나라가 그들나라에 비해 감사한 일은 마약과 총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클레멘트(홈리스 인문학)의 창시자 얼 쇼리스는 인문학 교육을 통해 자기 삶의 주인이 되는 것.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이 노숙인 스스로 자활의 길로 향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가장 먼저
알고 몸소 실천한 사람입니다. 1995년 뉴욕의 한교도소에서 만난 수감자에게게 들었던 한마디가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가난한건 정신적 삶이 없기 때문입니다."
정신적 삶이 대체 무엇이냐고 묻자 "저기 저곳에 있는 극장과 연주회, 박물관, 강연 같은거죠"
단순히 물질적 충족이 아닌 정신적인 충만함을 채우지 못한것이 바로 가난이라는 대답이었습니다.
처음 TV에서 노숙자들이나 재소자들에게 인문학강의를 한다는 보도를 접하고 참으로 의아했습니다.
차라리 밥이나 일자리를 주는게 낫지 않을까...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이책에서 해답을 찾았습니다. 그들이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아니 가난을 면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신이 채워져야 한다는 것...
가난을 경험해본 사람이 가난의 무서움을 압니다. 이책의 저자역시 가난했고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까지 진학한
의지의 인간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중에는 올챙이적 기억을 잊은 채 안하무인으로 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잊지 않았습니다. 아니 가진것도 별로 없는 살림마저 가난한 이에게 내어주고 자신이 가진 지적재산을
함부로 나누어 주고 살고 있습니다. 아무도 가까이 가려하지 않는 소외된 노숙자나 재소자들에게 정신의 양식을
나누어 주고 살고 있습니다. 이책은 그렇게 그가 나누어준 양식을 먹고 허기를 채운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중간에 수저를 놓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결혼 후 16년동안 한번도 아내에게 '사랑해'라는 말을 한적이 없는
남자가 인문학을 배우고 아내에게 '사랑해'라고 말했다죠. 이게 바로 정신적인 허기가 채워지는 인문학의 기적이랍니다.
댓가도 없는 강의를 하는 사람들과 얼핏보면 쓸데없는 일일수도 있겠다 싶은 인문학강의를 들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책을 좋아하는 저는 박수를 쳤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가난한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시절 저를 견디게 하고 미래를 꿈꾸게 했던것도 역시 책이었습니다. 부족했지만 기죽지 않게 나를 일으켜 세운
책이...저를 살렸었습니다. 지금도 책들은 많은 사람들을 일으켜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런 메세지를 전하는 소중한 사람..이책의 저자 최준영교수가 있습니다.
오늘도 제돈을 털어 밥과 술을 사면서 그는 구두가 닳도록 뛰겠지요. 또 누군가를 살려내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