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
유지나 외 지음 / 작가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영화같은 삶'이라는 말이있다. 때로는 우리의 삶이 영화같기도 하고 영화가 우리의 삶 같기도하다.

영화도 어차피 인간의 이야기를 담는 일이라 우리와 동떨어진 이야기는 물론 아닐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리얼리티를 살리는것 만이 아니라 종합예술이라고 일컬어지는 '영화'로서의 맛과

기능이 잘 어우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영화, 그러니까 극장에 올려지는 영화는

실제 만들어지는 영화보다 훨씬 적은 양일것이다. 특히 요즘같이 어려운 경제여건속에서는

투자자를 찾아내는 일도 쉬운일은 아닐것이며 좋은 시나리오와 능력있는 감독과 미친듯한 연기자들이

잘 빚어낸 작품들중에서 극히 일부분만이 우리의 눈에 띌것이다.

 

그래도 한다하는 평론가들의 눈에는 평범한 우리가 보지 못했던 장면이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법도

하다. 물론 이책에 소개된 영화들은 우리의 맨눈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영화이긴 하다.

흥미로운건 대작이라고 해서 혹은 돈을 많이 들인 작품이라고 해서 결코 더 빛이나는건 아니라는 것이다.

독립영화제나 여성영화제에 출품된 영화중에도 보석같은 작품들이 꽤 많은편이다.

'워낭소리'도 그중의 하나인데 제작비만 저렴하게 들었다뿐이지 그에 비례해서 제작자들의 기다림과

노력은 여느 대작보다 더 힘들었다는 후문이 있었다.

이 영화의 특징인 느림과 침묵으로도 소통할수 있다는 의미외에도 재능은 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발견되지 못한 귀한 영화들이 많이 숨어 있을것이라는 의문을 끌어낸것에 있다.

대중의 마음을 달구는 뜨거운 감동이나 재미는 유명한 감독이나 제작비에 비례하는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해준 작품이었다. 몇번이나 죽음을 생각했다던 감독의 에세이를 보면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영화를

만든다는 일이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믿을만한 감독의 작품이라고 선택한 영화에서도 실망을 맛보는 경우가 있다.

그런점에서 '오늘의 영화'가 선정한 이 영화들은 참으로 영광스러운 작품이 되겠다.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을 싹쓸이한 '마더'의 김혜자씨의 연기는 그녀의 말마따나 참으로 어려운 작품이었을것이다.

'한국의 어머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그녀의 참한 이미지가 파격적으로 변신을 한셈이니..그녀의 막춤이

지금도 아련히 떠오른다. 그런점에서 재능있는 배우와 그걸 끄집어 낼수 있는 감독의 만남은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능력과 끼를 끄집어 내주는 감독이라..

 

역대최고의 성적을 냈던 동계올림픽이 열리던 즈음에 봐야지 하다가 결국 보지 못했던 '국가대표'를 TV로 보면서

조연들의 열연이 영화에 어떤힘을 미치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추천위원의 선정이유처럼 비인기종목의 스포츠를,

언뜻보면 진부한 소재인 열등생의 성공담을 잘 이끌어낸 작품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들이 날아올라 안착하고 싶었던 설원의 그 점은 바로 우리의 꿈이기도 해서 순간 울컥하면서 눈물이 나왔던

작품이었다. 아...그래서 이영화가 그렇게 관객이 많이 들었었구나...했다.

 

흥행에 성공한 '해운대'를 보면서는 모시고간 엄마가 자랐던 곳이기에 영화보랴 엄마의 추억들으랴 정신이 없기도

했었다. 그만큼 영화란 우리에게 많은것을 생각하게 한다.

'슬럼독 밀리어내어'는 마치 내가 그 퀴즈프로그램에 출현하여 문제를 맞히고 있는것처럼 손에 땀을 쥐기도 했고

아직 보지 못한 '아바타'의 푸른색은 가는곳마다 눈에 자꾸 어른거려서 마케팅의 효과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알게 되었다. 잘 만든 영화도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나야 빛을 보는 모양이다.

실제 제작되고도 극장에 걸리지 못하는 영화가 많다는걸 보면 '간택의 영광'을 누리는것도 어렵고 성은을 입어 '수태'

하기도 어려운 영화계의 현실이 그대로 느껴진다.

 

얼마전 개봉한 '시'라는 영화에서 만난 여배우 윤정희씨를 보면서 어려서 엄마손을 잡고 오줌냄새 지릿하고 초라했던

동네극장에서 그녀를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TV가 지금처럼 흔하지 않던 시절 영화가 유일한 기쁨이었던 시절에

600편의 영화를 찍었다던가. 은막의 여왕으로 신비로웠던 그녀가 불쑥 이웃집 할머니처럼 다가서던 경험이 또다른

영화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두어시간 현실이 아닌 세상에 빠져보는 재미...잠시 버거운 현실을 내려놓고 울고 웃게

해주는 영화는 '시네마천국'의 꼬마처럼 나를 설레게 한다.

적어도 '2010년 오늘의 영화'로 선정된 이 작품들만이라도 챙겨봐두어야 지성인 흉내라도 낼것같다.

이책을 읽고나서 그영화를 본다면 눈으로는 보이지 않던 것까지 다 볼수 있을것 같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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