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필요 없어 - 싱글맘과 여섯 살 아들의 평범한 행복 만들기
김양원 지음 / 거름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결혼은 운명일까? 그렇다면 이혼은 선택이었을까?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가 선택한 모든 길들이 사실은 운명이 아닐까하는 의문에 빠지곤한다.

신의 오묘한 섭리를 한낱 인간이 어찌 알랴만은 '편견있는 사회'는 분명 인간이 만들어 놓은

함정과도 같은것이다. 조금 과장되게 이야기하자면 한집건너 이혼가정일만큼 이혼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임에도 우리는 '가정을 깬' 범죄자를 보는 눈빛으로 그들을 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자의 말처럼 좋은 대학을 나올만큼 머리좋고 변함없는 성실함을 가진사람들도 이혼을 한다.

이혼은 질병이 아니고 삶은 또다른 형태일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잠재해 있는 편견은 어쩔수가

없는 모양이다.

 

전통적인 유교사회인 대한민국에서 어머니로 아내로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일하는 엄마로 살아가기는 더 어렵고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더더 어렵다.

그러니 싱글맘으로 직장을 다니는 저자의 고충은 말할것도 없을것이다.

그나마 알아주는 방송국의 PD로 제법 있어보인다니 한부모가정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여느

싱글맘들보다는 훨씬 형편이 좋은편이긴 하다.

 

생계를 위해 싸우고 편견과 눈총에 싸우고 가끔씩 좌절하는 자신과 싸워야 하는 '투사'로서의

삶이 너무 애처롭기만 하다.

이혼한 딸을 바라봐야하는 부모와 형제들..아빠를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아이를 바라보는 눈물어린

에미의 심정이 느껴져 가슴이 미어진다. 어떤 에미가 아비없이 아이를 기르고 싶겠는가.

운명이었든 선택이었든 현실은 냉정하다. 그리고 어른들의 선택으로 아이는 가슴에 뻥뚫린 구멍

하나를 지닌 채 살아가야 한다.  

 

배우기시작한 수영실력을 아빠에게 보여주고 싶어 기다리는 아이를 위해 걸기 싫은 전화를 걸고 회사일로

바쁘다며 스케줄을 보고 전화를 주겠다는 전화를 기다리는 장면에서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모정은 이렇게 절절한데 부정(父情)은 스케줄이 나와야 해줄수 있는일이 되어버렸을까.

저자의 삼촌처럼 아이 도시락싸고 학부모회의에 눈치보며 달려가는 싱글대디도 있건만.

같이 살지 않고 보지않는 자식은 최우선도, 우선도 아닌 '언젠가 시간이 나면' 얼굴을 보여주는 대상이란 말인가.

그런 그를 그래도 아이에게 아빠가 있음을 증명해주고 싶어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했던 그녀의 마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한때는 자신의 아내였고 자신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그녀의 이책을 그가 꼭 읽어주었음 좋겠다.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는 '그'의 주변분들이여 제발 이책을 '그'에게 홍보해주시기를..

 

아이가 아파 응급실로 뛰면서 늙은 친정엄마와 회사의 눈치를 번갈아 봐가며 주눅들고 어이없이 부과된

난방비를 되돌려 받기위해 아파트관리소와 언쟁하면서 느껴야했던 소외와 억울함에, 정말 한심한 인간들의

유치한 편견에 열이 오른다. 친정남동생이 남편인양 걸어준 전화에 금방 꼬리를 내리는 그들의 눈에는

싱글맘은 함부로 해도 좋은 대상이었던것이 분명해보인다.

가까운 이웃이 되고도 남편의 부재를 설명할수 없어 저녁식사를 거절하는 장면은 서산에 물든 노을만큼이나

쓸쓸하고 외롭다.

 

나는 그녀가 아이를 자신의 자식처럼 키워주고 상처받은 그녀를 어루만져줄 정말 좋은 남자를 만나길 기도한다.

'아빠는 필요없어'는 아니다. 아빠는 필요하다. 어쩔 수 없이 아빠없이 살아야 하니까 그래도 잘 살수 있다고

소리칠뿐이다. 아이에게도 그녀에게도 좋은 아빠, 좋은 남편은 필요하다.

이혼만큼이나 재혼은 힘들것이다. 재혼가정의 70%가 다시 이혼을 경험한다니 결혼을 결정할때보다 더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것이다. 미리 절망하지 말고 서른살로 보인다고 말해주고 함부로 메뉴를 제맘대로 결정하여

주문하는 남자가 아닌 따뜻하고 자상한 남자를 만나 구걸하듯 '그'의 전화를 기다리는 일같은건 안했으면 좋겠다.

 

아빠가 없는 지금은 '아빠가 필요없어' 하지만 가까운 미래의 어느날 '아빠가 있어 더 많이 행복해'하는 책이

나오기를 바라며 어렵게 합치기로 한 친정가족들과 상처없이 즐겁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대한민국, 아니 전세계에 싱글맘, 싱글대디여 힘을 냅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비 2010-05-13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