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뛰노는 땅에 엎드려 입 맞추다
김용택 지음, 김세현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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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젖줄 섬진강 자락에서 나고 자란 시인의 수채화같은 명상록이다.

천상 초등학교 2학년 꼬맹들하고 어울리는 우리의 영원한 선생님 김용택시인의

따뜻하면서도 때로는 회초리같은 일갈이 날카롭기도 하다.

자연이 시키는 대로,일러주는대로 글을 쓰니 그대로 시(詩)가 되더라는 겸손한 고백에

촌에서 나고 자라 주변것들을 깊이 들여다보고 대화하는 그런 능력은 누구나 가질수 있는것이 아님을..

그래서 그의 목소리가,그의 글들이 세상에 모든들에게 고향이 되더라고 말한다면 개구장이같이 활짝 웃으실것 같다.

 

 

오로지 서울대를 향하는 교육의 현실속에 자기 연구 실적도 아닌 글들을 가져다 점수를 따고도 부끄러움없이 출세하고

높은자리에 올라 노력없이 안주하는 교육자들이 우리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는가..한숨짓는 시골학교 선생님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진다.

아비없이 혹은 어미없이 자라는 제자들이 가여워 눈물짓는 장면에서는 나도 콧등이 시큰해졌다.

때로는 악동녀석들이 늙은 스승을 기가 막히게도 하지만 슬그머니 과자 몇알 밤톨 몇알을 책상에 올려놓는

천진무구함에 어찌 길게 화를 내고 벌을 세우겠는가.

 

'오늘은 시험 보는날

나는 죽었네, 나는 죽었어.

왜냐하면 꼴등을 할테니, 나는 죽었네.' 5학년 임채훈 -200p

 

죽상이 되어 이 시를 적었을 아이가 떠올라 박장대소가 절로 나온다. 공부 안하고 매일 놀다가 막상 시험이 닥치니

걱정은 되는 모양이다. 그것도 고작 몇 안되는 아이들 속에서 꼴찌라니..시인스승곁에 있는 것만으로 일상이 시가

되는 모양이다. 그 밑에서 자란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는 시인의 애잔한 목소리에서 지식보다 지혜와

사랑을 담뿍담고 살아갈 그 아이들이 무척이나 부러워진다. 마음속에 품은 양식으로 그 아이들은 평생 배곯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자그마한 체구의 노모가 세상의 이치를 알고 땅을 일구고 생명을 길러내는 무한하고 겸허한

농꾼의 모습에 존경의 마음을 보내는 자식의 따뜻한 사모곡에서는 일부러 정직하게 살라 가르치지 않아도

바른길로 갈 수 밖에 없는 어미의 성실한 가르침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콩을 심을때도 세 알 이상을 심어 한알은 나는 새가 먹고, 한 알은 땅속 벌레가 먹고 나머지 한 알로 사람이 먹고

산다며 콩이 다닥다닥 달린 콩을 따면서, '콩 한개를 심어 이렇게 콩이 다닥다닥 열렸는데도, 사람들이 이렇게

못산다고 아우성이다.' 하시는 어머니의 말씀에 어디서 따로 성인(聖人)의 말씀을 구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런 어머니에게서 자란 시인도 촌사람으로 남으면 좋겠는데 세상을 살다보니 닳았다고, 더 순수하게, 순수함을

간직하고 살었어야 했다고 부끄러워한다. 덕지 덕지 때묻히고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라고.

자신이 나온 학교에서 이제는 선생자리를 내놓았지만 그는 영원히 우리에게 선생님으로 남을것이다.

언제든지 돌아가면 넉넉한 품을 열어 우리를 반겨줄것만 같은 고향에서 따뜻하고도 준엄한 눈길을 거두지 않고

우리가 밟아갈 시간들을 지켜봐 주실것만 같다.

햇살 따뜻한 시골마당에서 시원하게 길어올린 우물물처럼 그렇게 달디달고 싱그러운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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