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림의 러시아 예술기행
최하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이여행기의 제목이 소련이 아닌 '러시아'인 이유는 제국이었고 '철의 장막'이었던 시절의 예술가들을 만나야했기 때문이다.

시인인 저자가 러시아 예술인들을 얼마나 사랑하고 조우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는지 그의 여정을 통해 잘 드러나있다.

거장인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안톤체홉과 음악가인 쇼스타코비치에 이르기까지..저자의 깊이 있는 문학과

예술에 대한 감각이 참으로 부러웠다. 그의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거장들을 만나기 위해 노구에 지병까지 있는

불리함에도 굳이 러시아를 두번씩이나 찾았던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러시아의 작가들을 연모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인내심없이 러시아를 여행하기는 어렵다더니..여전히 공산주의시절의 잔재가 느껴지는 러시아의 딱딱한 분위기가

그를 힘들게도 했지만 그의 열정적인 발걸음을 붙들지는 못했다.

 



 

'죄와벌''카라마조프네형제들'의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도시 페테르부르크는 그말고도 많은 거장들이 태어나고 잠든곳이다.

'카라마조프네형제들'을 집필한 책상과 그위에 놓여져 있는 2시9분을 가르키고 있는 멈춘시계를 보면 작가의 숨소리가

들리는듯 느껴지지 않을까. 재정러시아시절의 거장들은 하나같이 도박을 좋아했던가 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얼마나 도박을

좋아했는지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작품을 썼다니..그가 좀더 일찍 그리고 오랫동안 도박에 몰두했다면 더 많은 그의

명작을 만났을지도 모를일이다. 농민과 함께 호흡하고 농토도 돌려줄만큼 너그러웠던 톨스토이역시 재산을 거덜낼만큼

도박을 좋아했다니..거장들을 사로잡은 도박의 매력이 나도 궁금해진다. 혹시 좋아하다 보면 글이 마구 써지지 않을까?

스스로 톨스토이의 사도라고 밝힌 저자는 아주 오래전 '전쟁과 평화''안나 카레니나'를 읽고 톨스토이의 정신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고백한다. 농노의 아내를 겁탈하고 살림까지 차리고 싶어했던 위대한 작가의 어두운 일면마저도 그의 사랑을

퇴색시키진 못한 모양이다.

 



 

'안톤체홉'하면 나는 벚꽃나무가 떠오른다. 실제로 그가 살았던 집마당에는 벚꽃이 지천이란다.

그옆집에도, 언덕 아랫집 마당에도..하얗게 날리는 꽃잎을 보면서 '바냐아저씨'와 '벚꽃동산'을 구상했을것이다.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정원사가 되고 싶었다는 체홉의 정원은 그와 그의 아버지의 체취가 묻어있었다.

잘웃고 자상하고 다정했던 의사이기도 했다는 체홉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그립기도 했겠다.

유독 많은 예술가들의 목숨을 빼앗아간 '폐병'으로 죽어가면서 하필이면 독일어로 'Ich sterbe'(나는 죽습니다)

라고 말했을까.

콧수염이 멋진 영화배우 오마샤리프와 하얀 눈밭과 기차..바로 이장면이 안톤체홉의 대표작 '닥터지바고'의 한장면이다.

어려서 본 작품이지만 문득 벚꽃나무와 더불어 우리는 하얀 눈밭을 기억할것 같다.

 

나도 언젠가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싶다. 누군가 남북통일이 되어 서울역에서 시작되는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보고 싶다던 말이 떠올랐다. 그날이 오지 않더라도 나는 시간의 개념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끝없는 시베리아평원을

달려 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 당도하고 싶다. 저자의 불평처럼 뚱뚱하고 웃지않는 공항검색대원이 맘에 들지 않아서만은

아니다. 러시아대륙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기 때문이다. 음울하고 추운 러시아의 몸뚱아리를 낱낱이 보고 싶기때문이다.

침묵을 좋아한다던 저자처럼 잔잔하고 조용한 여정을 따라 두번씩이나 떠다 먹었다던 러시아식 요구르트를 맛보기 위해

나도 언젠가는 동토의 땅 러시아를 가볼것이다. 물론 그전에 적어도 이책에 주인공들인 거장들의 작품을 반드시 다읽어봐야

하겠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