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으로만 억압받고 멸시받는 시대가 완전히 끝난것은 아니었다. 세계인구의 반인 여자의 불평등도 아직 여전하다. 하물며 흑인여성으로서 1928년에 태어나 자아를 잃지 않고 당당히 살아간다는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다. 세살 때 부모의 이혼으로 인종차별이 심한 아칸소 주 스탬프스의 친할머니집에서 자라야 했던 흑인 여자아이의 삶은 생각만으로도 암울해진다. 왜 못된 남자들은 여린 꽃잎을 짓밟듯이 어린아이를 성폭행하고 평생 가슴에 멍에를 안고 살아가게 하는 것일까. 오프라 윈프리가 그러했고 저자인 마야 안젤루가 그러했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여자아이들이 희생되고 있다. 순간의 쾌락을 위해 저지른 죄가 한사람과 그의 가족들에게 평생 어떤 굴레가 되는지..그들은 알기나 할까. 이책은 아들 하나만 낳은 저자가 세상의 모든 딸에게 보내는 메세지이다. 비록 이혼의 상처는 있었지만 훌륭한 사업가로 부를 일군 어머니에게 기댈수도 있었다. 그녀는 이미 열여덟살에 아들을 얻은 어리고 가난한 미혼모였고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때문에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독립적으로 살겠다고 결심했고 실제로 성공했다. 열정이 넘쳐 요리사, 댄서, 가수로 전세계를 떠돌며 살게 된 그녀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할머니에게 맡겨진 자신의 아들이었다. 무엇때문에 이렇게 바쁘게 살아야 할까 정작 사랑하는 아들은 보살피지도 못하는데...그녀는 낙담했고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대제국 미국은 소심하기가 이를데 없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끌고간 흑인들에게 인색했고 1920년이 되어서야 선거권을 부여했으며 흑인들에게 좀더 보수적이었던 남부에서는 1960년대에서야 참여할 수 있었을만큼 흑인의 인권은 형편없었다. 자유의 나라라는 미국은 오히려 교육의 기회도 지배계급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도 주지 않으려 했다. 그런 와중에 당당히 자신의 존재를 확인시키고 찾아가는 그녀의 여정은 아름답고 씩씩하다. 결국 웨이크포리스트 대학의 종신교수로 수많은 분야에서 빛을 발했던 그녀가 지구의 모든 딸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되 천박하지 말아라. 어디에 누구와 있든 주눅들지 말고 친구로 만들어라. 물론 세상은 여자들에게 친절한척 하지만 결코 자신들의 영역을 다 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푸념은 하지 말아라. 푸념은 가까운 데 먹이가 있다는 걸 사나운 짐승한테 알려주는 것 밖에 안되거든. 죽기 전에 이세상을 위해 뭔가 근사한 일을 하는 것도 잊지 말고. -11p 그녀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을 것이다. 부당하고 억울한 시대를 온몸으로 헤쳐온 그녀가 하는 말이기에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코와 젖꼭지와 혀에 피어싱을 한 실험정신이 강한 세대들에게 자식들이 어쩌다 거기에 구멍이 생겼냐고 물어보면 변명할 거리를 미리 준비하라는 어쩔 수 없는 7순의 할머니의 꾸짖음이 느껴져 슬며시 미소짓게 된다. 늙어가는 그녀의 말이 여전히 반짝거리는 것은 아무 장식없이도 스스로 빛났던 그녀의 삶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