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정도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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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가슴속에 사막이 있다. 한때는 커다란 산이었을지도 모를 모래가루가 쌓여 다시 산이되는 그런 사막!

 




 

세상 어떤 문명의 이기로도 손쉽게 건널수 없는 그곳에는 오로지 낙타만이 어떻게 사막을 건너야 하는지 알고있다.

사나운 바람으로 길이 묻혀도 그네들은 바람의 냄새만으로 혹은 태고적 기억으로 용케 내가 건너야 할 그고비를

묵묵히 건너게 해주는 안내자이다. 자신의 몸과 혼을 나누어 태어난 아들에게 몽고의 사막땅을 건너 흉노가 그렸다는

암각화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한 아버지가 열여섯해를 살다 하늘도 떠나버린 아들과 함께 떠난 기행문이다.

아니 치유되지 못한 아픔을 이기고 보내지 못한 아들을 떠나보내는 진혼굿이고 씻김굿이다.

 

다른 아버지보다 달랐던게 있었다면 밥이 안되는 글을 쓰고 상금 5천원을 걸고 어린 아들과 국토대장정을 감행했던

무모하고 용감했다는것 밖에...그의 아내의 말처럼 철이 덜난 남자였을 뿐이다.

오히려 다른 어떤 아버지들보다 아들과 소통한다고 믿었고 그녀석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자상한 아버지였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끔찍하게 지하철에 몸을 던진 아들의 소행은 그의 옆구리에 높은 절벽을 만들었다.

때로는 유체이탈을 하듯 공중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일들이 생겼고 끊임없이 그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 상상에 빠졌다.

그리고 손톱을 세워서라도 절벽을 긁으며 다시 올라오기위해 테비시로 향한다. 미술을 하고자 했던 아들녀석과

꼭 함께 가겠다고...녀석이 죽기 열흘전 약속했던 그곳으로 말이다.

 

어린왕자는 사막이 아름답다고 했지. 우물이 숨어 있어서...하지만 몸밖의 사막이든 몸안의 사막이든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다. 노을지는 어느 한때 별이 쏟아질것 같은 깜깜한 밤에 잠깐 아름답다고도 생각했지만 뜨거운 한낮의 태양앞에서는

낙타보다도 못한 인간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가혹한 땅이었다.

가지 않으면 도저히 평생 아이를 놓아주지 못할것 같아서 아비는 죽은 아들녀석을 불러내어 같이 사막을 건넜다.

분명 존재하는데 존재하지 않는 그아이는 여전히 아비를 시시하게 여기고 MP3에 몸을 흔들거리는 보통의 아이이건만

제나이에 비해 허영이 너무 컸어. 윤활유같은 허영정도였다면 지금쯤 너는 밤늦게까지 학원으로 뺑뺑이를 도는 여느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아비의 곁에 있었을 것을...아비역시 목숨걸고  건넜던 그 황량한 사막땅을 뒤로하고 결국 너를

만났잖니...너도 언젠가 너를 닮은 아들녀석을 가질 수도 있었을텐데..

너무 무심했을까. 꼭 그길이어야만 했을까. 아비는 듣고 싶었다. 왜그랬냐고. 후회스럽지 않았냐고.

너를 사랑했던 가족들과 헤어져 그곳에 가니 더 행복하냐고...하지만 아비는 많이 묻지 못했고 아이는 적은물음에도

대답이 없었다.

 

'이 고비를 넘으면 바람에 날려가는 모래먼지처럼 내 생의 모든 기억이 사라졌으면 좋겠다.'-175p

 

나역시 시간이 모든 기억들을 지우고 아비와 아이의 소망처럼 생을 리셋하고 싶다.

아비가 살았던 역사의 소용돌이가 할퀴고 지나간 상처가 너무 깊었다. 허무하게 보내버린 사람들에 대한 기억도

버려졌던 어린시절의 슬픈 기억도 낙타를 불러 하늘도 떠난 아이와 함께 그렇게 사라졌으면 좋겠다.

입속에서 서걱거리는 모래를 내 뱉으며 이제는 단단한 땅위에 서서 이렇게 외쳐주었으면 좋겠다.

 

'초원에선 그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어. 그저 현재를 열심히 사는거지. 우리는 언제나 불안한 시간 속에서 살지.

죽음은 삶처럼 흔하니까. 그게 자연이고.'-38p

 

죽음처럼 깊었던 어제로는 떠나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아비가 정신을 차려 이렇게 큰소리로 외쳐 주었으면 좋겠다.

 

'개찬타 개찬타 개찬타..' 그의 황량한 영혼을 치유해주는 주문을 외우면서 그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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