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 라 브라바! - 기대해도 좋을 내 인생을 위해
아네스 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La Brava! Princess!

이책을 읽는 내내 20여년전 내가 걸었던 그길들이 떠올라 가슴이 벅차 올랐다.

디즈니랜드가 빤히 보이던 애너하임에서 나도 길을 잃고 서있었으며 이책에 소개된 우리의 프린세스들이

치열하게 자신의 길을 개척했던 샌프란시스코와 라스베가스에서도 나는 서있었다.

강수가 모자랐던 그 사막의 땅에 홍수가 나고 지진이 나고 결국은 흑인폭동이 휩쓸고 지나가던 그때에

나도 몇푼의 돈만을 들고 꿈을 쫓아 그곳을 찾았었다. 내가 지나갔던 그길을 그녀들이 걸었고 결국은

머리에 빛나는 왕관을 쓰고 언젠가 그녀들을 뒤쫓을 수많은 후배들에게 이정표가 되었다.

 

 '내 꿈을 비 맞게 할 수 없다'는 글을 본순간 나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나는 수없이 내꿈을 비맞게 했으므로..

미처 준비하지 못한 우산은 상관없이 비오는 하늘만 원망했으므로..

 

'가장 창피한 건 실력없는 자존심이다. 실력없는 자존심은 버려야 한다. 자신의 가슴속에 감춰져 있는 오기와 근성을

건드려준 이에게 해줄 보답은 오직 실력을 보여주는 일뿐이다'-40p

 

알량한 오기와 자존심만으로 똘똘뭉쳐있는 내가 과연 실력을 제대로 보여주기는 한걸일까.

우리의 프린세스들은 풍요한 나라의 그림같은 프린세스들이 아니었다. 재투성이 신데렐라처럼

빨래도 하고 불도 때고 물도 길어 올리는 시녀에 가까웠던 그녀들이 잘생긴 왕자를 만나 선택을 받은것이 아니라

파도뒤에 보이는 대륙을 향해 힘차게 노를 저어 아무도 갈수 없을거라고 믿었던 신대륙에 스스로 깃발을 꽂은

프론티어 공주였던 것이다. 이제부터 그녀들이 할일은 왕국을 번성시킬 신하들과 시종들을 구하는 일만 남았다.

물론 언제든지 또다른 대륙을 향해 호시탐탐 열정을 불태우고 있으니 그녀들의 미래에 배팅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적당한 사람만나서 결혼만 잘하면 되는거지. 폭풍도 없고 홍수도 일어날것 같지 않은 삶이면 족한거지.

우리는 이런 무탈한 삶에 너무 빨리 안주하고 있는것은 아닌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인생, 내가 사절한다.'  어디서 이런 똑부러지는 말들을 끌어냈을까.

갑자기 나는 저자를 만나 꼭 안아주고 싶어졌다. 이런 재간둥이 같으니라구..

머리로만 떠올린 글이라면 이렇게 내가슴을 울리지 못했을것이다. 실제로 그녀가 치열하게 겪지 않았다면

끌어낼수 없는 언어들이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색맹화가를 위해, 꿈을 접고 암으로 죽어가는 화가를 위해, 정작 어렵게 자신의 전시회가 열리던날 뇌수술을

받고 의식이 희미한 화가를 위해 비디오 카메라와 컴퓨터를 가지고 병원으로 달려간 큐레이터 박설빈을 보면서

단순히 명예와 성공만을 향하는 액션이 아니라 우리나라사람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인정이 개인주의에 익숙한

그들에게 어떤 감동을 주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내곁에도 희망스위치가 있을까? 날아오르지 못하는 호박벌의 숙명을 떨치고 나는 꿀을 딸수가 있을까.

이미 다 차지해버린 기득권자들의 틈속에 아직 예외가 남아있기는 한것일까.

이미 그길을 걸었지만 '기회야 네가 올줄 알았다'하고 잡지 못했던..아니 준비조차 못했던 내게

그녀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조금 늦으면 어때요. 패자부활전이라는 것도 있잖아요. 힘내요. 한번뿐인 소중한 인생인데 어때요?

다시 한번 힘을 내보는 게...Queen! La Brava!.

 

결국 고개를 넘지 못해 물이나 긷고 있는 무수리지만 한때 다른 누군가의 삶을 동경하고 꿈꾸다

이제는 누군가의 꿈이 되어 버린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를 짓누르고 있는 껍질을 벗어던지고

훨훨 날아오르는 꿈을 다시한번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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