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아이, 몽텐
니콜라 바니어 지음, 유영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문명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때때로 야생을 꿈꾼다. 어쩔수 없이 무인도에서 살게된 로빈슨 크루소의

삶도 멀리서 보면 꽤 낭만스러워 보인다. 전기도 수도도 전화도 없는 세상에서 스스로의 의지로 살아남는 야생의 세상!

하지만 혹독한 추위와 거대한 흑곰이 살고 있는 로키산맥을 여행한다면? 하루 이틀은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즐거울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18개월된 아가를 데리고 툭하면 도망치는 말을 끌고 나선 여행이라면...사절이다.

프랑스의 탐험가 니콜라 바니어는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모한 길을 나선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기를 데리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은 더 커져가고, 그럴수록 생명 자체에 대한 경외심, 많은 사람들이

사로잡혀 있는 감옥 저편에 숨겨진 것들에 대한 경외심은 더 커져간다. -410p

 

불과 5%의 사람만이 행복하다고 대답할 수 있는 문명이라는 감옥에서 니콜라는 저편에 숨겨져 있는 세상에 대하여

남다른 경외심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누구든 가보지 못한 세상, 인간의 탐욕과 더러움이 물들지 않은 세상에 대한

막연한 경외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훌쩍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랫동안 준비한 여행이지만 날씨도 고집센 말들도 예측하지 못했다. 떠난날부터 시작된 비는 창밖을 통해 보았을때와

같은 낭만은 커녕 춥고 눅눅하고 더딘 발걸음의 원흉이되고 걸핏하면 도망치는 말들은 느리게 살고 싶은 니콜라에게

인내심을 발휘하도록 만든다. 다행스러운것은 출발할때 차고 있던 기저귀를 떼낸 몽텐과 니콜라가 존경한다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할수 밖에 없는 무던한 아내 디안이 있다는 것뿐이다. 물론 기가막힌 절경도 위안이 되긴 한다.

 

얼마전 방영된 '아마존의 눈물'에서 처럼 야생은 결코 인간에게 녹록치 않다. 길들여 지지 않은 흑곰이나 늑대와

끊임없이 피를 요구하는 모기들...아 나는 이 부분에서 벌써 꽁무니를 뺐다. 한달내내 빗속을 걸어야 했음에도 정작

목욕은 못하는 찝찝한 여정에 때묻지 않는 자연과 넋을 빼앗길 만큼 장관이라는 경치가 보답이 되긴 할까?

 





아마 니콜라 혼자 로키산맥을 넘어 알래스카로 향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린 아가와 아내는

길이 막히고 위기가 올때마다 가장인 니콜라를 일으켜 세우는 힘이 되곤 했기 때문이다. 자신도 알지못한 무한의 능력을

발휘하게 했던 사랑스런 가족들....파리에 있었더라면 저녁늦게나 주말에만 마주했을 딸 몽텐은 아빠로서의 책임과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사랑스런 천사이다. 야생에서 이렇게 잘 적응하는 아기가 있다니...엄마,아빠의 피를 제대로 물려받은것이

틀림없다. 세살짜리 꼬마가 열한마리가 모는 썰매를 몰고 싶어하다니...훌륭한 꼬마 이누이트인의 자질이 엿보인다.

 

아 나는 니콜라가 커다란 소나무를 잘라 통나무집을 짓는 장면에서는 부러움을 숨길수 없었다.

번잡한 삶에서 벗어나 내가 짓고 싶었던 집...더구나 멋진 호숫가라니...나도 그곳으로 날아가 도끼를 잡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다. 멋진 싱크대도 욕조도 없는 야생의 통나무집이라니...덕지덕지 묻은 탐욕과 문명의 때를 벗어놓고 한가롭게

머물고 싶은 곳이 바로 이런 통나무집이었다.  비행기로 공수해온 유리까지 덧댄 창문도 있는 진짜 집이다.

 




가끔 흑곰이 내려와 식량을 거덜내고 사랑스런 충견 오춤을 위협하지만...그래도 나는 이 통나무집에 열광했다.

무사히 알래스카의 도슨에 도착한 용감한 세사람의 여정에 유일하게 아쉬운것은 이통나무집을 호숫가에 놓아두고

올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다시 그곳을 가볼수 있을까. 다른 누군가도 그집에 방문할수는 있을까.

길이 없는 곳을 걸어 그곳에 도착할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못을 친 현관문을 열고 잘마른 장작을 넣고 나무냄새

솔솔나는 통나무집에서 잠드는 꿈으로...아쉬움을 달래야 할것 같다.

 

집으로 돌아온 몽텐이 동네 놀이방에서 나온 점심으로 생선이 나오자, "이거 누가 잡았어요?' 하는

마지막 장면에서는 발그래한 얼굴과 맑은 두눈에서 야생의 기억을 떠올리는 사랑스런 몽텐의 얼굴이 떠올라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미소가 떠올랐다. 몽텐의 아빠, 니콜라의 바램처럼 대자연 속에서 야생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기억이 거친 세상속에서 오아시스처럼 솟아나 몽텐의 삶이 메마르지 않고 풍요롭기를 빌면서 마치 나도

이들과 같은 일행이었던것 같은 이 여행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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