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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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심장을 준 사람은 나의 아버지였지만 그 심장을 뛰게 만든 사람은 바로 당신입니다. -오노레 드 발자크-

 

심장을 준 사람과 심장을 뛰게 만든 사람중에 선택을 해야 한다면 당신을 누구를 택하시겠어요?

심장을 준 사람은 내가 선택 할 수 없었지만 내 심장을 뜨럽게 뛰게했던 사랑만큼은 내가 선택하고 싶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런 대답을 들려주지 않을까요?

 

"한 사람의 가치는 그의 적이 누구냐에 따라 결정되는 법이지." -109p

 

하지만 그 적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연인이라면? 남다른 감성과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순수함이 지나쳐

세상살이에는 애송이같은 녀석이라면 그래도 내 가치가 제대로 값이 매겨지기는 할까.

평생 사랑하는 딸의 그림자로 살아야 했던 아키볼드의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너무나 사랑했지만-같이 했던 시간은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니다-너무 오랫동안 같이 하지 못했던 두남자와 두여자가

있습니다. 첫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으십니까? 정말 소설속에서만 존재하는 사랑일까요.

잘나가는 락스타의 아내로 매를 맞으며 살고 있던 한여자와 이미 식어버린 사랑이지만 위태롭게 결혼생활을 연명하던

한남자가 위대한 사랑을 시작합니다. 적어도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그남자의 아이를 목숨걸고 낳기전까지 그들은

행복했습니다. 때로 운명은 숭고한 사랑마저 훼방을 놓치만 견고한 마음만큼은 깨지 못하기도 합니다.

 

두달이란 시간으로 운명적인 사람을 결정한다는건 너무 짧을까요? 또 열흘이란 시간이 13년의 시간을 속박할만큼,

두사람의 삶을 고통으로 이끌수 있는 시간이라는걸 예전에는 믿지 않았습니다.

상처받은 만큼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고 싶어 경찰이된 마르탱과 자신의 사랑에 자그마한 사인이라도 보내달라며 그가

어렵게 보낸 뉴욕행 비행기표를 거절할 수 밖에 없었던 가브리엘이 있습니다.

사실 그녀의 이름대로라면 절대 그런 행동을 해서는 안되는데 말입니다. 더구나 사랑하는 마르탱에게 엄청난 시련이

될거란걸 그녀가 모르지 않았을텐데....13년후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교차되는 어느 탑승대기구역에서 그 이유가

밝혀집니다. 하지만 한남자를 암흑으로 끌어내린 이유로는...너무 불공평합니다. 뉴욕에서 그에게 말했다면 같이 손을

잡고 그녀의 갑작스런 시련앞에 맞설수도 있었을텐데...사랑이란 이름으로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건..모순 아닌가요?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으세요.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에요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love-in이 있을거에요' -스코드 맥켄지의 노래

 

노랫말처럼 평화와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이 살것만 같은 샌프란시스코는 마르탱과 가브리엘이 짧지만 긴 사랑을

시작한 곳이기도 합니다.

1937년 다리가 개설된 이래 1,219명이 몸을 던져 자살을 했다는데 겨우 27명만이 목숨을 구했다는 금문교가

저렇게 아름다울수 있다는게 놀랍기만 합니다.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은 가장 아름다운곳을 눈에 담고 싶은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추락거리는 70미터, 수면에 닿는 4초동안 스스로 뛰어내린 사람들조차도 뒤늦은 후회를 하는 저곳에서

짧았지만 긴시간 사랑의 고통에 힘들었던 두남자가 저곳에서 몸을 날립니다.

 

어차피 두달도 남지 않은 생을 생각하면 억울한 것도 없는 죽음이지만 세기의 도둑 아키볼드는 아직 할일이 많습니다.

사랑하는 딸에게 평생을 지켜줄 남자도 되돌려 보내야 하고 여전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아내에게도 가봐야 합니다.

문득 삶과 죽음의 경계에 분명 뭔가가 존재할거라고 믿고 싶었던 내게 이렇게 잠시라도 생전의 기억을 가지고 삶을

되돌아 볼수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다행일까...위안이 되었습니다.

레스토랑의 음식도 면세점의 물가도 비싸긴 하지만 뭐 대수겠습니까. 어차피 가지고 갈수도 없는 돈일 뿐인데.

 

아키볼드가 말한것 처럼 사람은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마치 벌 받는것처럼 살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설사 그것이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댓가가 될지라도 상처뿐인 사랑일지라도 평생 사랑을 쫓을수 밖에 없는

연약한 인간일 뿐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어떤 어려움이든 감수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한 게 아닐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모든 걸 잃어도 좋다는 각오로 임해야 하는 헌신의 과정이 아닐까? 늘 받은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을 되돌려

주겠다는 양보와 희생의 각오가 필요한게 아닐까? -242P

 

먼길을 돌아 한남자와 한여자가..한남자와 한여자의 이런 헌신으로, 희생으로 다시 만납니다.

30년동안 서로를 그리워 했던 두사람도 너무 오랜 기다림을 끝내고 이제서야 손을 잡았습니다.

일정한 나이가 지나게 되면 삶이라는 게임의 목적은 쟁취에서 수호로 바뀌게 된다는..그 일정한 나이에

이른 나도 아키볼드와 발랑틴처럼, 마르탱과 가브리엘처럼 열렬한 사랑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당신 없는 이세상은...물없는 사막이요..하는 신파조의 대사가 아직 남아있기는 한건지..자신은 없지만. 

아직 사랑이 있을거라고 믿는 모두에게 이제 사랑은 없을거라고 믿는 모두에게 이책을 권합니다.

 

기욤 뮈소가 우리 한국인들에게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비록 마지막 부분에서 어이없게 마르탱에게 재갈이 물리고 결박당하긴 하지만 오문진이라는 멋진

한국여성이 나온다는건 저자에게 한국이 제법 의미가 있다는 뜻이 아닐까요?

특히 본문에서 'Jopok'이라는 낯뜨거운 단어가 나오긴 한답니다만 그것 또한 저자가 우리 한국을 너무나

많이 들여다 보고 싶어했던 열정이라고 해석한다면 변명이 될까요.

 

아무리 마르탱과 가브리엘처럼 살고 싶다고 해도 나는 '천국의 열쇠'를 바다에 버릴수 없을것만 같습니다.

금문교에서 그 다이아몬드를 버리느니...팔아서 샌프란시스코 소살피토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하긴 평생 훔쳐들인 값비싼 명화들을 박물관 입구에 놓아두고 오는 두사람에게 뭐를 더 기대하겠습니까.

가브리엘이 간절히 원하던 마르탱의 아이들을 많이 만들기를 바랄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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