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한 스푼 - 365일 미각일기
제임스 설터.케이 설터 지음, 권은정, 파브리스 모아로 / 문예당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책을 읽으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의문들이 떠올랐다.

'먹기위해 사는가, 살기 위해 먹는가','한사람이 평생 먹는 음식의 양은 얼마나 될까'

물론 나는 맛집의 약도는 머리속에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고 여행을 떠나기전 아침은 어디서 먹고

점심은 좀 돌아가더라도 이곳을 가야겠구나 할만큼 먹기위해 사는 사람쪽이다.

그리고 내가 그동안 먹어치운 음식의 양은 풍만한 내 몸무게의 100배쯤은 되지 않을까.

 

인류의 역사속에 흩어져 있는 음식의 유래부터 요리에 관한 일화와 인물, 친절한 레시피를

총망라한  뷔페식 사전이라고나 할까.

일단 저자들의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Salter라면 요리는 물론 우리몸에 꼭 필요한 소금을 취급하는

업자쯤 되는 이름인데..아마도 필연적으로 이 책을 쓸수 밖에 없는 운명을 가진 커플들인것 같다.

 



 

먹는 기쁨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런면에서 단지 삶을 연장한다는 의미보다  더 큰의미의 '위대한 한스푼'이란

제목은 아주 적절한것처럼 보인다. 우리나라와는 음식문화가 상당히 다르긴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즐기는 기쁨은 다를것이 없어 보인다. 더구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음식이 만들어지는 부엌에서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부엌이야 말로 집의 중심이자 생활의 중심인것도 다르지 않다.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안방에서보다 부엌에서 더 어렵다'는 영국작가 랜슬럿 스터전의 말처럼 그 결정적인

순간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요리젬병이긴 하지만 이책에 소개된 몇몇 레시피중 가장 자신있는 요리는 '마요네즈'이다.

결코 웃을일이 아니다 올리브오일의 양과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지 않으면 물과 기름이 분리되어 결코 완성되지 못하는

쉽지 않은 요리라는걸....해보면 알게 될테니.

 

세계적인 예술가들은 입맛도 꽤 까다로왔던 모양이다. 하긴 섬세한 작업을 해야하는 그들이 어떤 감각인들

예사로울수 있겠는가. 발자크나 알렉산더 뒤마와 같은 사람들은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분명 요리사가 되었을 사람들이다.

심지어 맛있는 요리를 먹기 위해 가산을 탕진한 예술가들도 있었다니 빛나는 재능만큼이나 식탐도 대단했던 모양이다.

 

글로벌시대인 요즘 우리도 멋진 디너파티를 기획해보는것도 좋을것이다. 잡채와 갈비같은 음식은 잠시 뒤로 미루고

저자도 비싸서 자주 생략한다는 송로버섯은 생각지 말고 소개된 레시피대로 하우스 드레싱을 만들어 야채에 뿌리고

스파게티 알라 카르보나라에 시저부터 카사노바까지 즐겼다는 굴은 아주 괜찮은 요리아이템이다. 

 

물을 마시는 사람의 평균 수명은 56세다.

와인을 마시는 사람의 평균 수명은 77세다. 둘중 선택하시오. -207P

 

고기는 레드와인,생선은 화이트와인 하는 식의 규칙은 오늘날처럼 셀 수 없이 다양한 블렌딩 방식이 발달한 시대에는 별의미가 없다는 저자의 충고와 1940년대 랑스 어느 바의 뒷벽에 있었다는 낙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최상품 품질 기준에 살짝 못미치긴 하지만 가격은 주 괜찮은 세컨드 와인을 준비하면 된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없는 요리솜씨에 주눅들지말자. 분명 참석했던 모든사람들이 이파티를 굉장한 파티로 기억하게

될 것이다. 비법은? 어떤 종류의 술이든 많이 준비해서 가뜩이나 술좋아하는 우리나라사람들을 취하게 하면 된다.

 



 

과거에도 그랬다지만 지금도 요리잘하는 사람들은 부와 명예를 얻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행복은

맛있는 요리를 먹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행복일것이다. 입과 영혼을 즐겁게 해주는 요리!

다만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소설 '데이비드 커퍼필드'에 낙천적인 인물로 등장하는 미코버의

명언 '섭취한 칼로리보다 소비한 칼로리가 많지 않으면 불행해진다'를 항상 기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옷을 사러갈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을테니까...

 

살면서 미슐렝 가이드에 나오는 별셋 이상의 식당에 가볼일이 있을까마는 이제 우리나라도 이 미슐렝

가이드에 소개될 만큼 별을 많이 달았으면 좋겠다. 비빔밥에 불고기에 김치까지 우리음식도 얼마나

맛있고 웰빙스러운가 말이다. 아..비록 일본의 과학자로 표현되긴 했지만 반세기전에 씨없는 수박을

만들어낸 우장춘박사에 대한 언급도 있다.  영화 '줄리 & 줄리아'의 주인공인 줄리아 차일드'의 일화도

나온다(295p)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명여배우 메릴스트립이 줄리아 차일드역을 맡았으니 분명 이영화는 대박이다!

책을 덮을 때 즈음이면 마치 성찬을 배부르게 즐긴것 같은 포만감에 휩싸이게 될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이책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무칼로리의 맛깔난 뷔페요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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