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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앙 - 평생 동안 서로를 기억했던 한 사자와 두 남자 이야기
앤서니 에이스 버크.존 렌달 지음, 강주헌 옮김 / 갤리온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1960년대말 영국의 유명한 백화점 헤롯에서는 팔지 못할 것이 없는 모양이었다.
개도 고양이도 아닌 사자를 팔다니...오스트레일리아에서 무작정 런던으로 건너온 에이스와 존은
덜컥 어린 숫사자를 사고만다. 더구나 자신들이 근무하는 가구점에서 키우려 하다니..지금처럼
애완동물의 종류가 다양해진 요즘조차도 사자를 애완동물로 키운다는건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도
말이다. 하긴 아주 어린 사자는 자그마한 고양이만큼 귀엽고 앙증맞기는 하다.
자신의 고향에서 유럽의 대륙으로 건너왔을 크리스티앙의 선조는 동물원에서 자랐으며 크리스티앙과
그의 형제들을 낳았다. 만약 헤롯백화점에 팔려가지 않았다면 동물원이나 서커스단으로 팔려갈 운명
이었을 크리스티앙을 이 두 젊은이를 만난것은 운명과도 같았다. 그들이 오스트레일리아서 건너오지
않았더라면...그순간 헤롯에서 크리스티앙을 발견하지 않았더라면...가난했지만 어린 숫사자를 사지
않았더라면..수십년에 걸친 감동의 드라마는 쓰여지지 못했을 것이다.
야생의 사자가 자신의 땅을 떠나 인간들의 세상으로 나올수 밖에 없었던 것은 결국 인간들의 이기심
때문이었을것이다. 아프리카의 제왕 사자가 없는 동물원을 상상한다면 큰맘먹고 떨리는 마음으로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상심을 줄것인가.
이렇게 인간세계에 길들여진 사자는 야생의 사자들보다 몇십년을 더 살 수있다고 한다.
치열한 야생에서 짧고 굵게 살다가는 삶이 멋질것인가. 아님 인간에게 길들여져 야생을 버린 채
길고 편안한 생을 누리는 것이 아름다운가.
다행히도 크리스티앙은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 깊은 사랑을 받고 자랐으며 결국 '야생 복귀 프로젝트'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땅인 아프리카로 되돌아가게 된다. 오랫동안 준비하고 적응하면서 야생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그린 '크리스티앙'은 인간이 다시 인간스러움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비록 동물이지만 서로가 교감하고 사랑하며 자신들이 가야할곳을 찾아가는 여정이 너무나 아름답다.
지금처럼 동물애호의 목소리가 높지 않았을 그시절에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애정으로 자신의 땅을
찾은 '크리스티앙'은 행운의 사자가 분명하다. 비록 자신들의 영역을 내놓지 않으려는 터줏대감들의
방해가 있긴 하지만...멋지게 성공한 사자와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대를 넘어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전해준다. 지금쯤 아프리카에는 '크리스티앙'의 후손들이 갈기를 흩날리며 살고 있을것이다.
용기있었던 사람들과 조상을 둔 덕에 말이다.
비록 먹잇감을 사냥하고 끊임없는 생명의 위협에 시달려도 사자가 있을 곳은 아프리카만큼 적당한 곳은 없다.
어렵게 야생으로 돌아간 '크리스티앙'도 자신을 돌봐준 두 유모의 기억을 결코 잊지 않았을 것이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유튜브를 올랐던 사자 크리스티앙과 두 젊은이의 재회장면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것은
단순히 사자와 인간과의 우정만이 아닌 조심스럽게 야생으로 돌려보내려는 사람들의 사랑과 노력의 흔적들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인간의 세상에서 야생은 야생의 세상에서 살아가야 자연스러울테니..
우리에 갇혀 먹이를 받아먹는 흐린눈의 사자보다 아프리카의 대지위에 갈기를 휘날리며 달리는 사자가 더 아름답지 않겠는가. 이런 고귀한 사명을 이루기 위해 소중한 생명까지 바친 조지 애덤슨에게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