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미있는 CF 카피에 이런말이 있다. 나에게 냉동실은? 보여주고 싶지 않은 곳이다. 블랙홀이다. 자존심이다. 뭔가를 잔뜩 넣어두긴 했는데 뭐가 들어가 앉았는지 언제 넣어두었는지 까마득한.. 그야말로 나에게 냉동실은 '블랙홀'이다. 빨려들어가면 도무지 빠져나오지 못하는 곳. 참 부끄러운 장소라 친정엄마가 오셔서 열어볼까봐 엄마뒤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감시를 해야하는곳...살림의 여왕들이 강림하시어 정리정돈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장면을 TV에서 보면서도 선뜻 맘먹기가 쉽지 않았고 어쩌다 한번 정리를 하고 나면 어느새 다시 거대한 창고가 되어버리는 우리집 냉장고. 글로벌 시대에 살다보니 낯선나라의 음식들도 가끔 식탁에 오르고 다양한 식재료를 마련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냉장고는 꽉차고 특히 오랜 보관을 보장하는 냉동고는 따로 구입을 해야할 지경이 되었다. 뭐 그렇다고 내가 살림이나 요리의 고수는 절대 아니다. 욕심껏 사다 쌓아만 놓다보니 과부하에 걸린 냉동고는 싸늘하기만 하다. 고기나 생선 찹쌀떡은 물론 온갖 냉동식품들...그러나 이것말고도 냉동고에 들어갈 식재료는 어마어마하다. 적어도 이책을 보면 우리들이 아는 거의 모든 식재료가 냉동실 입실이 가능하다. 하긴 제철일때 저렴한 재료들을 잘만 보관해둔다면 식비도 엄청 절약할수 있을것이다. '재료만 잘 얼려도 식비가 반으로 준다!'라는 저 문구를 보면 식비뿐 아니라 시간도 줄일수 있단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무, 배추, 피망,두부에 이르기까지 엄청 다양하다. 이러니 못들어갈 식재료는 거의 없는것 같다. 냉동고가 터져버리지 않을까? 저자인 게이코의 방법대로 한다면 공간활용도 100점이다. 지퍼팩이나 랩을 이용하여 부피를 줄이고 한번씩 먹을만큼만 저장할 수 있으니 선반처럼 쌓아올린 플라스틱그릇도 필요없는 셈이다. 그뿐인가. 제맛을 살리는 해동법에 냉동 식재료로 만드는 퀵 레시피까지..정말 꼼꼼하고 친절한 책이다. 도시락의 나라 일본의 맛있고 예쁜 도시락 만드는 법까지...다가오는 소풍철에 아이들 기좀 팍팍 살려줄 수 있을것 같다. 특히 담백하고 칼로리가 적은 음식들이 많이 소개되어 마음도 가볍다. 우리집에 알맞는 냉장고를 고르는 법과 그동안 잘못 해왔던 냉동방식까지 꼭 집어준다. 보기쉽게 올려놓은 화보와 정보를 이용하면 살림에 젬병인 나도 살림의 여왕이 될 수 있을것 같다. 저자의 다른 저서인 '전기밥솥 하나로 만드는 순간요리'도 무척이나 궁금하다. 찜이나 식혜말고도 할 요리가 많다? 알뜰살뜰 살림의 고수 게이코의 또다른 비법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