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인간 1 - 밀약 운명의 인간 1
야마사키 도요코 지음, 임희선 옮김 / 신원문화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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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전후 일본은 당시 총리인 사하라 정권의 공약이기도 한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환문제로
소용돌이치는 외교와 정치문제로 떠들석한 때였다.
마이아사 신문사의 정치부 기자 유미나리는 거부 청과물왕인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는 대신 기자직을
선택한 사람으로 자신의 일에 대단한 자부심을 가진 유능한 사람이다.
특종을 내는것만이 모든 기자들의 열망이라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신문사간의 경쟁과 알력,
드러나지 않은 사건을 캐치하고 취재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 한바탕 전쟁과 다름이 없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알려지지 않기를 원하는 당사자와 기어이 파헤쳐 보도를 해야하는 사람들간의 심리적인 긴장과
머리싸움, 적이지만 때로는 서로를 이용하는 묘한 구도가 아주 흥미롭게 전개된다.
전후 일본은 한창 경제를 일으키는 발전의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고 전쟁 부산물의 상징인 오키나와
미군부지의 반환은 전쟁을 일으킨 전범 일본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어두운 전쟁의 그림자를 지우는
필수과제였다. 부지반환에 따른 3억 2천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말이다.

명분과 실리를 챙기기 위한 일본과 미국의 협상테이블에서는 자신의 임기를 오키나와 미군기지
반환이라는 이벤트로 마무리 하고자 하는 사하라 정권의 압력에 의해 조급하고 비굴하게 진행된다.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토지보상에 대한 지불금을 돌려주기를 바라는 일본과 전에 약속했던 협상으로
이미 모든 지불은 이행되었다는 미국의 입장으로 상충되고 마음급한 일본은 미국의회의 승인을
받기위해 미국에게 지불되는 반환금의 일부를 오키나와 주민보상금으로 하기로 하고 다만 그 내용을
기밀로 하기로 한다. 일본국민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미국으로 부터 받아야 하는 보상금을 일본정부가
대신 한다는것은 납득할 수도 없으려니와 비굴한 일본정부의 졸속협상에 비난받을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단지 일본총리의 정치적 마무리로 내세운 이벤트로서는 굴욕적인 협상이 아닐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정황들이 협상장소인 파리와 도쿄간에 오갔던 전문에 의해 유미나리가 포착하게 되고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던 외무성의 이인자 안자이 심의관의 비서인 미키 아키코에 의해 전문복사본을
손에 쥐게 된다. 취재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기자의 양심에 의해 정확한 보도를 삼가던 유미나리는
이대로 사건이 유야무야 되는것을 용납하지 못해 변호사 출신 야당의원을 통해 문제제기를 하려고
한다. 그러나 법률에 능통한 변호사 출신이라 자신의 입장과 취재원의 입장을 이해해주리라 믿었던
야당의원의 배신으로 의회 특별위원회에서 전문이 공개되고.. 일본은 발칵 뒤집히게 된다.

과연 국민의 알권리와 국가의 이익중에 무엇이 우선되야 하는가.
비밀문서를 유출한 취재원을 어디까지 보호해줄수 있는가...하는것이 우리에게 던져진 명제이다.
한때는 차기 정권을 꿈꾸는 고위 정치인의 수양아들로까지 대접받든 노련한 유미나리 기자는
분노한 일본정부의 권력자들로 부터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기자로서의 명예도 잃게된다.
병약한 남편을 배신하고 내연의 남자 유미나리를 위해 국가기밀을 유출했다는 죄를 뒤집어쓴
미키는 사직서를 쓰고 남편과도 별거하는 등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과연 그녀는 잠시나마 사랑을 느꼈던 유미나리를 위해 국가의 이익이 걸린 비밀문서를 넘긴것일까?
아님 또다른 고단수의 정치적인 배후에 의해 움직였던 꼭두각시는 아니었을까?

자신에 의해 벼랑아래로 떨어진 미키와 그녀와의 불륜을 알게된 유미나리의 현명한 아내
유리코, 그와 연결된 가족들의 계산적인 행동들...
평소 오만하고 자존심 강했던 유미나리의 추락을 보면서 아무리 능력있고 든든한 배후를
가진 사람이라도 평소에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었다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조금쯤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보았다. 위정자들이 의리와 우정을 진정 믿었단 말인가?
필요에 의해 삼키기도 하고 뱉기도 하는 얄팍한 정치세계의 냉정함과 인간의 이기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국가의 실리와 명분을 챙기기위해 그동안 역사속에 드러나지 않은
추잡한 진실들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때로는 모르고 사는것이 속편한 법이다.
무고한 아버지의 부당한 옥고를 보면서 법률가의 꿈을 키운 열혈 변호사와 아직은 법의 고귀한
정신에 물들지 않은 검사...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가정을 지키려는
한여자의 아름다운 희생으로 유미나리는 회생할수 있을것인가.

물고 물리는 정부와 무뎌져 버린 펜을 가지고 대항하는 미디어와의 싸움은 어떻게 끝날수
있을지 다음편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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