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대한 백과사전 - 눈보라 속에 남겨진 이상한 연애노트
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음, 권경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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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대한 추억이 있나요? 혹은 첫눈이 오면 어디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한적은 없었나요?

유난히 눈이 많았던 올겨울...한번쯤 눈에 갇혀 꼼짝달짝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하는 상상을

처음 해봤던 겨울이었습니다. 미국 워싱턴에 내린 눈을 보니 아름답게 폴폴 날리는 눈꽃이

거대한 재앙이 될수도 있겠구나 싶어 갑자기 무서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이책은 '눈에 대한 백과사전'입니다.

눈에 대한 의미를 찾아보니 '대기중의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땅위로 떨어지는 얼음의 결정체'

라고 쓰여져 있네요.하늘에서 만들어서 땅에 닿는 순간.. 단순한 사전적 의미의 눈(雪)보다 더 많은 의미를

가지는 낱말이 되어 쌓입니다. 깜빡 잊었던 첫사랑에 대한 기억도 이름도 가물거리는 어린시절의 동무들도

..한창 잘나가던 시절에 밤새 내리던 눈을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던 기억까지 그위에 쌓입니다.

 



 

 

1m80cm의 눈이 내려 쌓인다면 인간들은 생명에 위협을 느낄만큼 공포를 느낄듯합니다.

사랑했던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순간에도...혹은 태어나는 순간에도 눈은 내렸습니다.

한때는 이세상의 모든 부귀영화를 누리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을 어떤 사람의 무덤위에도

눈은 쌓이고 하얗게 쌓인 눈밭을 편하게 걷게 해주는 긴부츠 카미크를 만드는 에스키모인들의

손길에서도 눈발이 느껴집니다. 한켤레를 만드는데 3일이 걸린다니 북극에서의 눈이 더 오랫동안

이세상이 남아있어야 할텐데 점점 이 신발을 만드는 사람들이 없어지니 눈도 재미가 없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북극점을 향해 얼은 발을 옮기던 사람들이 더이상 길을 잃지는 않겠네요.

 

'여보세요? ...여보세요,여보세요,여보세요...거기 누구없어요?...거기,거기....'-138p

이런 절박한 목소리를 더이상 들을수가 없게 되는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걸까요?

 

눈이 오는날은 유난히 조용합니다. 마치 내모습을 똑똑히 보고 내 목소리를 들어봐 하듯이..

우주에서 생명체가 생기기도 전부터 존재했을 그들이 길었던 시간들의 기억을 쏟아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책은 바로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인 저자의 사기(史記)입니다.

얼른 보아서는 이해되지 않는 이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면 쪽수가 기입된 뒤편의 주를 같이 봐야만

할것 같습니다. 짤막한 글들이 그제서야 더 잘 보일수 있을겁니다.

 

'겨울은 불안의 계절이다'-326p

겨울의 막바지...제 생에 올해만큼 눈을 많이 본적이 없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도 눈은 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의 자취는 점점 사라지고

처음 왔던 그곳으로 돌아갈것 같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이책에 머물렀던 눈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테지만...또다시 시간이 흐르고 기억이 흐르고 잊혀지지 못한

추억을 담고 우리에게 와줄 눈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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