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도시의 풍경들....특히 야경을 본적이 있는가? 살만한 곳은 거의 아파트의 숲으로 채워져 있고 고만고만한 모양의 사각형 틀을 보고 있다보면 대체 저안의 사람들은 어떤사람들이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개성도 품위도 없는 아파트라는 공간이 대한민국을 빼곡하게 채워지고 있고 여전히 어딘가에는 미분양 아파트들이 남아돌고 있다는 요즘에도 발뻗고 누울 자신의 집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나역시도 10여년전 어느날 버스를 타고 창밖의 집들을 바라보며 도대체 이렇게 많은 집들중에 내집은 없는것일까...화려하지 않아도 좋으련만...딱히 죄받을 짓 한 기억도 없고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건만 집값이 쑥쑥 올라가는 동안 그뒤를 쫒지못한 내 알량한 돈벌이가 무척이나 서글펐었다. 외국처럼 내집의 개념이 좀 쿨할순 없을까? 임대아파트에서 그럭저럭 살다가도 좋지 않을까? 스물몇번 이삿짐을 싸본 사람만이 알수 있는 '내 집 마련의 설움'을 톡톡히 겪었던 기억들이 다시금 살아나는 소설이다. 알뜰한 주부의 내 집 마련 프로젝트와는 완전히 다른 마치 전투기를 본 기분이다. 실제로 3년이 넘게 서울 안팎의 백여 군데의 집들을 기웃거렸다더니...작가가 혹 이작품의 주인공이 아닐까 싶어 아무리 살펴봐도 분명 자신의 실화는 아닌듯하다. 월급쟁이가 20년을 안쓰고 안먹고 먹어야 집을 마련할수 있다고 하던가. 산술적인 계산만으로는 따라잡을수 없는 고공행진 집값을 감안한다면 순진하게 은행에다 따박따박 돈을 모아서는 평생 내집마련은 어림도 없는 '꿈'으로만 남을것 같은 현실이 아마 이런 글을 쓰고 싶지 않았을까? 어떤 이유인지 아직 내 집을 가지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도깨비 방망이를 휘두르듯 '집 나와라 뚝딱!' 해주고 싶은 따뜻한 작가의 바램이 그대로 느껴진다. 부동산 불패의 대한민국 영원불멸의 원칙이 미국의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깨지면서 얼핏 이제 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내 집을 가질수 있지 않을까 했었다. 물론 그와중에도 돈있는 사람들은 더 부자가 되고 돈없는 사람들은 여전히 뛰어넘을수 없는 벽이 있다는걸 뼈저리게 느꼈지만.. 주인공 수빈은 평범해 보였던 어린시절과는 다르게 사랑하는 남자 그렉을 만나면서 새로운 세계의 삶을 살게된다. 고아였던 그렉이 평화주의자 양부모의 영향으로 봉사와 나눔의 삶을 살면서 우연히 만난 수빈과 치열한 다툼끝에 결혼을 하고 사랑스런 딸 지니를 얻게 된다. 산자락밑에 아담하게 자리잡은 그들의 소울하우스를 찾아내고 밤나무를 심고 돌절구 연못을 가꾸면서 그렇게 평생 행복하리라고 믿었었다. 그렉이 어느날 사라지기 전까지는...업친데 덥친다고 친했던 지인에게 보증을 서주었던 일이 잘못되어 수빈과 지니 모녀는 쫓기듯 태국의 해변으로 날아간다. 우연한 만남은 없는것일까? 이상한 스님을 만난것이 수빈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 괴팍하고 고집불통의 정사장을 만난건 순전히 그 이상한 자칭 땡중과의 인연때문이었다. 사물을 보고 사람을 보는 능력이 탁월한 수빈의 능력을 어떻게 그렇게 빨리 알아볼수 있었을까. 생전 보지도 듣지도 못한 부동산 공부를 하고 미션을 수행하는 것으로 경매로 넘어갈뻔한 집을 찾아주고 생계를 해결해 주는 정사장이란 인물은 산전수전 다겪은 수전노에 팍팍 돌아가는 머리를 당할수가 없지만 결국 그의 가슴속에 뜨거운 사랑이 흐르고 있다는것을 나중에서야 확인하게 된다. 갈곳없는 형제의 집...장애를 가진 아이를 위한 집...깊은 상처를 가지고 이제 서서히 꺼져가는 기억속에 있는 마지막 집을 찾아주는 거간꾼이 된 수빈은 각자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쉴수 있는 그런 '참집'을 찾아내는 수행자가 된다. 지고 갈수 없는 재산을 어떻게 값지게 쓸수 있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해법을 제시하면서 서로가 갈길을 찿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돌아온 그렉과 지니에게는 안됐지만 난 수빈이 이일을 계속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접을수가 없었다. 순진하고 착해서 제집하나 못챙기는 수많은 약자를 위해 깃발을 들고 앞장서 주었으면 싶었다. 누군가 한명쯤은 이렇게 살아도 좋지 않겠는가. 능력없고 용기없는 약자의 변명일지 모르겠지만... 아마 지금쯤이면 수빈과 그렉과 지니는 태국의 골든트라이앵글에서 횃불을 들고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인도할지도 모르겠다. 아님 멋진 해변 어디에선가 소울하우스를 짓고 지친 사람들을 쉬게 하든가...단지 대한민국이 아니라 세계로 진출했을뿐이다. 내 집 마련의 고수 가족들이....